한국일보

말 폭탄

2017-10-04 (수) 최효섭/목사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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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에서 김정은을 ‘꼬마 로켓맨(Little Rocket Man)이라고 불렀다. 그 뜻은 조금 해석이 필요하다. 로켓맨은 본래 엘튼 존이 작곡한 노래의 제목이다. 이 노래는 우주를 향하여 출발하는 한 우주 항공사의 이야기를 그린 것인데 우주항공사의 마음은 몹시 착잡하다. 돌아오지 못할 길일 수도 있다.

지상의 여행처럼 목적지가 확실한 것도 아니다. 인간이 가보지 못한 미지의 우주 공간으로 떠나는 것이다. 즉 김정은의 상황을 외롭고 두렵고 정처 없는 어린아이로 표현한 것이다. 겸하여 김정은을 “꽤 영리한 녀석” “미친놈이거나 천재” “북한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도 말하였다.

김정은의 분풀이는 북한 외무상 리용호가 대신하였다. 리용호는 트럼프를 ‘Dotard’ 라고 불렀다. ‘노망난 늙은이’란 뜻이다. 그리고 미치광이, 투정꾼, 정신이상자라고도 불렀다. 서로 최악의 표현을 다 쏟아버린 것이다.


유엔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서로가 진정하기를 요구하고 극단적인 방법보다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책을 촉구했다. 연방의회의 존 코니어스 이하 64명이 공동 서명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니 자제해 달라고 국무장관을 통하여 정식으로 충고하였다.

재미 한인 공직자 21명도 트럼프에게 자제를 요구하였다. 국내 언론들도 트럼프의 발언은 위기를 악화시킨다고 논평하고 있다. 리브로프 소련 외무상은 트럼프도 북한도 유치원 아이들 같다고 꼬집었다.

뉴욕을 방문 중인 아일랜드 신부가 강도를 만났다. 밤길을 산책하는데 누가 뒤에서 흉기를 들이댔다. “지갑 내놔!” 신부가 천천히 돌아서자 클러지 칼라(성직 칼라)가 보였다. “신부님이셨습니까. 죄송합니다.” “돈은 없지만 권엽초가 있으니 한 대 피우겠나?” “아닙니다. 오늘은 주일이 아닙니까. 주일에는 담배를 안 피우기로 하나님과 약속하였습니다.” 이 뉴스를 보도한 뉴욕포스트 지는 “말과 행동이 엇나가면 그것이 곧 코미디가 된다”고 썼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사람을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말은 파도를 일으키기도 하고 잔잔하게도 하며 용기를 줄 수도 있고 좌절시킬 수도 있다. 교양은 그의 말을 들으면 쉽게 파악된다. 말은 단순한 혀의 운동이 아니라 마음의 표현이다.

혀라는 물건은 다루기가 매우 힘들어서 머리가 알지 못하는 것도 곧잘 말한다.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진실, 양식(良識), 경청(傾聽)이다. 첫째는 진실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 설득력이 있고, 상식과 지식이 뒷받침된 말이 말의 수준을 정하며, 셋째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된다. 말은 밖으로 나간 순간부터 회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 마디 말 때문에 신용과 명예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비극을 맛보기도 한다. 예수는 심판 날에 인간이 평생 말한 무익한 말에 대하여 변명해야 될 때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였고(마태복음 12:36) 모세는 거짓말을 십계명의 한 조항으로 삼았다.

혀는 질투와 싸움의 도구이고 죄와 거짓의 기관이다. 분열도 전쟁까지도 말로부터 시작된다. 가시 돋친 말이 가슴에 비수를 꽂고 무책임한 말이 한 인간을 패망시킬 수도 있다. 무뚝뚝한 말이 눈물의 근원이 될 수 있고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싸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부드러운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에게 광명을 줄 수도 있다.

<최효섭/목사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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