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로 물든 라스베가스…‘전쟁터 같았다’

2017-10-03 (화) 12:00:00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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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립 호텔·인근 도로 밤새 폐쇄…한인 투숙객 등 전면 대피‘공포의 밤’

▶ 휴가 갔던 남가주민 피해도 잇달아

피로 물든 라스베가스…‘전쟁터 같았다’

1일 밤 총기난사 사건 현장 인근 트로피카나 호텔의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피난처에 많은 여행객과 호텔 투숙객들이 대피해 있는 가운데 중무장한 경찰이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다. [AP]

지난 1일 밤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라스베가스는 화려한 야경이 번쩍이는 불야성에서 순식간에 혼돈의 생지옥으로 변했다. 총기난사의 표적이 된 맨덜레이베이 호텔 건너편 콘서트장이 참혹한 전쟁터를 방불케 한 가운데 사건 현장 주변을 비롯해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중심 도로인 라스베가스 스트립 선상의 호텔들과 인근 도로들도 밤새 전면 폐쇄되고 호텔 투숙객들에게도 전면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총격 사건에 따른 비상상황이 이어지면서 한인들을 비롯한 방문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새벽까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번 사건으로 LA와 오렌지카운티 등에서 라스베가스를 방문했던 남가주 주민들도 상당수 피해를 당한 가운데 휴가차 라스베가스를 찾은 LA 경찰국 및 셰리프국 및 소속 경관들도 부상을 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라스베가스를 찾은 LA 한인 여성 최모씨는 지난 1일 밤 총기난사 사건 현장 인근을 찾았다가 경찰의 경고 속에 긴급 대피해야 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오후 10시가 넘어 라스베가스 스트립을 구경하고 있는데 길이 막혀 있고 경찰이 총격 사건이 났다며 빨리 숙소로 되돌아가 피하라고 해 혼비백산하며 호텔로 돌아왔다”며 “호텔에서 경비원의 지시에 따라 호텔 주방으로 대피한 뒤 새벽 3시까지 숙소 방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씨는 이어 “대피 현장에 있던 일부 투숙객들이 총기난사로 피범벅이 된 현장 상황을 전하며 울고불고 해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며 “라스베가스에 놀러 갔는데 이런 공포스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건 다음날인 2일 오후가 되면서 이번 총기난사로 희생된 사망자들 중 일부의 신원이 알려지고 있다. 남가주 맨해턴비치 중학교의 특수교육 교사 샌디 케이시를 포함한 맨해턴비치 주민 2명이 이번 총기난사 사건으로 사망했고, 시미밸리 교육구 매니저인 수잔 스미스(59)도 희생자에 포함됐다. 테네시주의 헨리 카운티 메디컬 센터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올해 29세의 쏘니 멜턴은 지난해 6월 결혼한 뒤 이번에 라스베가스를 찾았다가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알래스카에 거주하는 35세의 어부 아드리안 머핏은 피싱 시즌이 끝나고 휴가차 라스베가스에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가주 경찰 당국에 따르면 LA 카운티 셰리프국 경관 2명과 LA 소방국(LAFD) 소방관 2명 그리고 LAPD 경관 1명 등이 이번 총기난사로 부상을 입은 가운데 셰리프 경관 1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일 비번으로 휴가차 라스베가스에 가 친구들과 콘서트를 즐기다가 이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로 물든 라스베가스…‘전쟁터 같았다’

총기난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와 공연장 인근 항공기 격납고로 피신한 한 여성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라스베가스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와 유족에게 애도를 표하고 “사랑과 희망이 우리를 묶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을 “‘완전한 악’(pure evil)의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늘 우리 미국인은 슬픔과 충격 속에 모였다”며 “그러나 비극과 공포의 날에 미국은 언제나처럼 하나가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경찰을 격려했으며, 오는 4일 라스베가스를 직접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미 전역이 슬픔에 휩싸인 가운데 전 세계 지도자들의 애도 물결과 추모도 잇따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라스베가스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총기 난사 참사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아내인) 미셸과 나는 라스베가스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또 다른 무분별한 비극을 견뎌내고 있을 가족들 모두를 생각한다”고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브라이언 샌도발 네바다 주지사는 사건 현장인 클락 카운티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사건 수습 지원에 총력을 다하도록 지시했다. 또 공공 건강재난사태도 선언해 타주의 면허를 가진 의사와 간호사등 모든 의료진이 네바다주에 와서 구급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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