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통상 안정화·한미동맹 현대화…원자력 등 협력분야 개척 논의도
▶ 日과 미래지향 협력 재확인 전망…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나올까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2025.6.6
이재명 대통령이 23일(이하 한국시간)부터 3박 6일 일정으로 일본과 미국을 연쇄 방문한다.
잇달아 열리는 한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안보 및 통상 분야의 주요 의제들이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용외교' 기조를 강조해온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한일협력 관계를 심화하는 동시에 국익도 최대한 지키는 데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순방을 하루 앞둔 22일 브리핑에서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핵심에 한미동맹이 있다"며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안정된 한일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미일 협력도 지속해서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訪美 3대 목표…통상 안정화·동맹 현대화·협력 분야 개척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 한미 경제·통상 안정화 ▲ 안보 측면 한미동맹 현대화 ▲ 한미 간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을 내걸었다.
경제·통상 분야에선 지난달 말 타결된 관세협상의 세부 내용을 확정하고, 이를 정상 차원 의제로 격상시킴으로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게 과제다.
앞서 양국은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후 한미 간에는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 여부 등 일부 합의 내용을 두고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런 의문이 명확하게 해소되는 동시에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되면서 통상 분야의 불확실성이 낮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미국이 농산물·디지털 등 분야 '비관세 장벽' 이슈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며 다시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여기에 대미 투자 규모, 안보 협상과의 연동 문제 등에서 이견이 노출된다면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불안정성이 오히려 커질 우려도 없지 않다.
안보 분야에서는 결국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동맹 현대화'를 한국이 바라는 '연합방위태세 강화'의 방향으로 이끌어 안보를 튼튼하게 만드는 효과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규모 및 역할 변화부터 한국군의 역할 확대, 한국의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까지 다양한 쟁점을 포괄한다.
특히 이는 한반도 안보에 직결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도 연계되는데, 한국으로서는 수용이 쉽지 않아 한미가 어느 수준에서 접점을 찾을지가 관심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앞서 천명한 '동결-축소-비핵화'라는 3단계 접근법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남북미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역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조선업과 원자력, 인공지능(AI), 반도체, 국방 분야 연구개발(R&D) 등 새로운 협력 분야 발굴도 정상회담의 주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관련한 한미 조선 협력을 위한 구체 방안과 전략 산업 투자액 2천억 달러의 세분화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통해 산업·환경적 차원에서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등에 대한 정책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있을 전망이다.
◇ 한일 미래지향 협력 재확인…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나올까
한일 정상은 회담에서 과거사와 미래 의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미래지향적 협력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미국발(發) 새로운 무역·통상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사안이나 북극 항로 개척을 중심으로 한국·미국·일본·러시아·북한이 협력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한일은 지금까지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경제협력기구를 확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한일 사이에서 항상 첨예한 대립을 불러왔던 과거사 문제가 어느 수준으로 다뤄질지도 관심 포인트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이번에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중장기적 차원에서 일본 측의 전향적 입장 변화가 가능토록 여건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 정상의 회담 합의문에 담길 문구의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가운데 과거 한일관계 개선의 '분기점'이 됐던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의 선언에 근접한 내용이 합의문에 담길 수 있으리라는 일각의 기대감도 없지 않다.
나아가 이번 회담이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의 출발점이 되면서 기존 정부보다 잦은 대면이 이뤄지는 결과로 이어질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