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 원전정책의 무모한 모방

2017-10-03 (화) 최덕광/원자력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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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타당성 검토 없이 대중에 영합하고 반 기성정서에 집착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진척되고 있던 2기의 대형 원전 건설마저 중단시켰다. 기준 없이 무작위로 선발된 기백명의 시민참여단이 정부주도의 공론화위원회 학습을 받고 건설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참여단으로 40년간 운용되는 국가의 동력원을 위해품으로 변질시키며 건설중단 책임도 이들에 전가시킬 복안이다. 여론조작과 선동, 군중민주주의라는 시민재판으로 원전을 단죄하려고 한다.

이유는 다르나 지금의 각국은 원전 필요성을 새삼 인정하며 이의건설과 가동에 노력하고 있다. 유독 탈 원전정책으로 국가재정과 사용자에 큰 부담을 안기며 대체전력개발도 뜻대로 안 되는 독일을 그 모델로 삼는다.

독일은 체르노빌 사고로, 동독에서 가동하고 건설하던 같은 소련형 원전에 충격적 위협을 받았다. 몇 년 후 통독 즉시 이들 원전을 모두 폐쇄시켰다. 폐기에 동조한 동독 출신 메르켈은 환경장관을 거쳐 수상이 되고, 6년 후 후쿠시마 사고를 보며 겁이 났다.


한편 17기의 가동 원전을 설계한 시멘스사와 연관업계는 미국 원전사고 후 수주는 없고, 풍력 등 재생발전에 사활을 걸며 정부지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환경과 안전을 내세운 정략과 재생업계의 과욕이 단합하며 7기의 원전은 즉시, 나머지는 10년안 폐기를 선언했다. 재생업체에 무한투자도 약속했다.

이번 두 차례의 미 역사상 최악인 폭우와 홍수, 태풍과 해일로 큰 재앙을 당한 와중에도 차질 없이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을 메르켈이 보았다면 탈 원전을 외칠 수 있었을까? 독일이 고용확대, 수출증대, 환경 친화, 불안 불식을 이룬다며 시작한 탈 원전정책은 6년이 지난 지금 큰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6년간 독일의 풍력, 태양광발전은 6% 늘었지만 육상풍력은 포화이고 앞으로의 해상풍력 확대도 결코 쉽지 않다. 햇빛도 바람도 강한 몇 안되는 날을 기준으로 발표되는 재생에너지 업계의 회유성 통계는 정부도 믿기 어렵다. 그간 줄지 않는 발전용 석탄, 가스 사용을 보면 메르켈이 부르짖는 온실가스 감축도 요원하다.

한국의 재생에너지생산은 전체의 3%를 밑돌고 독일은 16% 정도다. 한국은 벌써 환경파괴, 부지학보 문제로 육상의 용량을 늘리기는 독일보다 어렵다. 독일은 기당 7MW를 세우나 한국은 아직 3MW도 안 된다.

적합한 해상조건, 어민과 교통에 피해가 안 되는 근해도 찾기 어렵다. 불과 28%의 국토면적과 산악으로 저밀도 재생에너지 생산은 노력의 배가에도 독일의 30%도 되기 어렵다. 재생 에너지로 12년 안에 발전량의 20%를 채운다는 한국정부의 목표는 실로 허황하다.

대형 원전의 건설을 지금 중단한다면 전력의 예비율은 불안하게 낮아지고, 몇 조원의 보상비용과 재생전력 대체비용 몇십조원도 마련해야 한다. 독일은 원전 수출을 안 하고 있다. 자기 기술을 못 믿어 폐기하는 원전을 누구에게나 판다면 윤리에도 어긋난다.

지진 등 외부조건의 한계치와 70년간 축적된 경험으로 설계된 3세대의 신고리 가압경수로는 안전도가 상당히 높다고 본다. 인위적 탈원전보다 모든 전력원을 아우르고 경쟁시켜 가격, 질, 환경을 향상시키는 것이 소비자와 한국을 위한 최선책이다. 시민참여단은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최덕광/원자력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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