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상원씨“찍고 싶은 거만 담아라”

2017-09-27 (수) 01:23:29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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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W ‘북소리’ 강연서 명쾌한 ‘사진세상’ 펼쳐

정상원씨“찍고 싶은 거만 담아라”

사진작가 정상원(가운데)씨가 지난 주말 UW ‘북소리’ 강연을 마친 뒤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시애틀지역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한인 사진작가 정상원(사진)씨가 지난 23일 워싱턴대학(UW) ‘북소리’에서 펼친 강연은 많은 참석자들이 가지고 있던 ‘사진(寫眞)’에 대한 상식을 바꿔놓았다.

정씨는 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했고 한국과 미국에서 사진관을 열었을 뿐 아니라 시니어 사진학교와 사진 투어 등을 운영하며 30년 이상 사진과 함께 해왔으며 <장승>과 <30일간 미국 횡단 일주기> 등 2권의 책을 쓴 작가이다.

따라서 그는 고가의 카메라와 장비, 책에서 얻은 완벽한 사진학 개론으로 무장돼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그는 이날 북소리에서 펼친 명강의로 이 같은 편견을 완전히 깨버렸다.


평소 말수가 적은 그였지만 이날‘사진이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주제로 펼친 강의에서 1시30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정상원의 사진세상’을 펼쳤다. 당초 슬라이드를 통해 많은 사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사진 한 장 보여주지 않았고, 흑백으로 인쇄된 사진 3장만 회람시키 것으로 대신했다.

그는 “원래 사진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쓰기 위해 만들었던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며 이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핀홀 카메라(Pinhole Camera)를 들고 나왔다. 렌즈 대신 내부를 검게 칠한 나무 통에 작은 구멍을 내고 반대편에 필름을 장착해 찍는 ‘바늘구멍 사진기’이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도 아들이 10년도 훨씬 전에 쓰다가 넘겨준 것과 사진투어를 하는 과정에서 한 회원이 ‘그만 쓰고 싶다’며 넘겨준 2개밖에 없었다.

그는 이어 “과거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와 현재 SD 카드가 들어있는 디지털 카메라는 서로 다른 것처럼 말들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똑같다”고 강조했다. 정씨는“사진은 더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찍고 싶은 거만 담아내는 뺄셈의 작업”이라며 “대상으로 더 들어가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렌즈 안에 담고 싶은 것은 담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사진 구도’와 관련해서도 “물론 기본은 있어야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멋대로 찍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진을 가장 잘 찍으려면 피사체를 가장 잘 알아야 한다. 특히 인물사진을 찍을 경우 해당 인물에 대해 ‘박학다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좋은 사진도 피사체나 상대를 가장 잘 알아야, 가장 좋은 교류를 해야만 나온다는 것을 강조했다.

정씨의 작품들은 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www.sajintour.com, www.seniorphoto.co.kr)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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