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변호사
님비(NIMBY)란 “Not In My Back Yard”의 약자이다. 직역하면 “내 뒷마당에서는 안된다” 이다. 즉, “내가 손해를 감수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굳이 하려면 다른 데로 가 보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님비현상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앞세울 때 일어나기에 이기주의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정책이나 프로그램 도입에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고국에서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을 둘러싸고 지역주민들이 보여준 반대가 바로 님비현상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 소식은 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또한 그런 사건은 미국 지역사회에서도,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특수학교 건립 논란은 서울의 한 지역에서 있었다.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를 새로 하나 건립하겠다고 하자, 지역주민들이 토론회에서 찬반으로 나뉘어 험악하게 대립했다고 한다. 이에 장애인 학생 부모들 중 학교 건립을 반대하지 말아달라고 무릎을 꿇고 호소한 엄마들이 나왔다.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나 한편으로는 ‘쇼’하지 말라며 거칠게 비난한 주민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논란은 그 지역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서울의 8개 자치구에 공립 특수학교가 아예 한 군데도 없고, 전국적으로 19군데에서 특수학교 건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반대의 근본이유는 특수학교의 존재가 해당 지역 집값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특수학교 건립의 필요성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특수학교를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고 도움을 주는 자산이라기보다는 집값, 즉 개인재산 가치에 악영향을 주는 부담으로 여기는 사회 전체의 시각이다. 그런데 과연 왜 부담으로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장애 모습이 보기에 역겨운 것일까? 장애가 전염병처럼 옮겨진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장애 학생들이 주위의 어린이들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위해를 가하든지 범법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우려하나? 반대로 가까운 곳에 그런 학교가 있으면 장애 학생들이 편하게 갈 수 있으니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으로 일한지 19년째이다. 그 동안 배우고 느껴 왔던 것들 중 가장 소중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약자에 대한 배려이다. 약자를 위해 조금이라도 정책적으로 재정보조를 더 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하나라도 더 개발하려고 애쓴다. 약자가 겪는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약자가 아닌 사람들의 도덕적 사명이라 믿는다.
물론 이러한 도덕적 사명 이행에 반대나 논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형평성 차원에서 어디까지 해야 적절한 지에 대해 다른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선진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추구할 가치라는 데에 동의한다면, 논란 가운데에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한인들처럼 소수인종 구성원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과거 미국에서는 유색인종과 한 동네에 사는 것조차 거부한 백인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종차별도 있었지만 집값에 악영향을 준다는 데에도 있었다. 그리고 요즈음도 저소득층 거주 목적의 저가 주택이나 아파트가 자신의 동네에 건축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제법 된다. 집값에 악영향이 미치는 것을 우려하는 님비현상이다. 이런 것 역시 약자에 대한 배려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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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