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꿈꾸며

2017-09-26 (화) 12:00:00 조신숙(요셉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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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집안일을 하고 나니 몸이 고단한 신호를 보낸다. 똑같은 강도의 일도 예전엔 힘들지가 않았는데 요새는 조금씩 버겁다. 나도 노년에 들어섰으니 나이는 속이질 못하는 모양이다. 2050년 한국 고령화 상태는 세계 2위, 여성의 기대 수명도 87세 이상으로 본다. 나도 갑자기 오는 죽음은 피하고 싶고, 매일을 행복하게 만들 작은 일이라도 있기를 바라며, 더불어 건강이 허락되는 때까지 노년 근로도 할 수 있으면 정신적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지만 이제는 찬찬히 노년의 의미를 성찰해야 할 것 같다.

미술교사였던 내 친구의 부친은 50대 자신이 암인 것을 안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다. 그녀는 결혼 시에도 그 사실을 숨겼다. 어떤 죽음의 상처는 남은 사람에게 평생 아물 수 없다. 그로 인해 그녀가 제일 싫어했던 100세까지 장수했다는 ‘피치아노’ 화가의 ‘인생의 세 시기’라는 그림엔 젊음의 한 가운데에서도 노화는 진행돼가고 있음을 해골로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를 보여주고 있다.

죽음은 항상 이렇게 우리 곁에 존재하는데. 어디선가 본 ‘노인 수칙’엔 ‘후회없이 살았으면 임종도 두려워말라’고 하지만 모두들 조금씩 후회하며 살아간다. 노년의 죽음. 나는 조금 덜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다. 한 개인의 삶의 궤적은 자신이 만드는데 어떻게 살다 죽을 것인가. 누구나가 바라는 ‘후회하지 않을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 우아하고 멋지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나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실천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첫째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 표현하기, 둘째 타인을 배려해 지혜롭게 말하기, 셋째 젊은이들의 말에 귀기울여 주기, 넷째 안 되는 것에 희망을 두지 말고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할 것. 다섯째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하기, 여섯째 적어도 한 달에 책 한 권씩 구독하기, 일곱째 필요치 않은 물건 덜어내기, 여덟째 불평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등등.

하나도 제대로 실천하기 쉬운 것은 없다. 보나마나 나는 실수도 하고 마구 불평도 해대며 하루를 마감할 것이다. 버린 후에 다시 사는 어리석음도 범할 것이고 포기할 줄 모르는 미련에 서글퍼지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루하루 노력하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 노년의 삶, 그 아름다움을 위하여 오늘도 나는 후회를 걷어내고 있다.

<조신숙(요셉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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