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쟁 - ‘긴급가족회의’

2017-09-23 (토) 박윤경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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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언니의 짧고 굵은 메시지가 가족 단톡방 공지로 올랐다. ‘북한, 괌 겨냥 포위 사격’ ‘북한 괌 미사일 선제타격’ 뉴스 속보였다. 곧 괌으로 20명에 달하는 대가족이 여행을 가기로 예약이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형제자매가 많은 우리 가족은 직계가족만 20명. 이번 여행도 서로 투덕거려가며, 특히나 한국에 살고 있지 않는 나는 참여를 고사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큰 마음먹고 돌도 안된 딸과 오른쪽 팔을 다쳐 깁스를 한 남편을 대동하고 갈 여행이었다.

여행사, 괌 현지 숙소, 항공사에 문의를 해보니 뜻밖에도 취소 건이 거의 없다고 했다. 북한의 도발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니 한국사람들은 거의 불감증 수준으로 무뎌진 터였다. 한국을 일년 남짓 떠나 있던 탓이었을까, 이번엔 좀 다른 것 같다고 내가 말하자 가족들의 눈과 귀가 모두 나에게로 모아졌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태도가 가관이 아닌가. 수소탄 실험까지 하면서 연일 뉴스에는 북한과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나라들이 거론되고 북한 미사일, 수소폭탄, 핵, 사드 등 등의 어마무시한 단어들이 메인으로 뜨는 것이 아닌가. 여행이 문제가 아니었다.

정말 전쟁이 금방이라도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은 너무 평온했다. 일본만 해도 민방위 훈련과 유사시 대피훈련을 하고 가정에 비상식량 등을 구비해 놓는다고 하는데 한국사람들은 너무 태평하다 싶었다.

인터넷 댓글은 더욱 가관이었다. 사람들은 강경 맞대응으로 가고 있다. 전쟁은 링 위에서 펼치는 스파링 같은 것이 아니다. 나도 전쟁 세대는 아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 일제 강점기, 2차 대전, 한국전쟁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접했다.

우리의 뼈아픈 역사는 물론 현재도 시리아에서는 7년째 계속되는 내전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터전은 쑥대밭이 되었고, 국민 절반인 1,000만명이 살던 집을 떠나 난민이 되고, 580만명의 아동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내몰렸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시리아 전쟁의 사진을 보면 6.25 전쟁 당시 한반도의 컬러 버전 같다.

또 다시 이러한 비극을 겪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뼈아픈 역사와 현재 시리아를 반면교사 삼아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시리아의 내전도 하루빨리 종식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박윤경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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