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에는 개를 기르는 집들이 참많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개를 기르지 않는집은 내 집밖에없는 것 같다. 대부분 한 마리를기르지만, 두 마리 기르는 집도여럿 있고, 가끔 세 마리를 기르는 집도있다.
이웃인 60대 여성 바비는 10년 전 동물 보호소에서 강아지 ‘키도’ 를 입양한것이 자기 일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말할 정도로 개 사랑이 지극하다. 길 건너에 사는 50대인 맥스도 5년 전 동물보호소에서 강아지를 데려와 맥신이라고이름을 짓고, 연말 카드에는 꼭 ‘맥스와맥신으로 부터’라고 사인을 한다.
산보 길에서 가끔 만나는 틴에이저의엄마 도로시는 “다른 집 개들은 어떤지모르지만, 우리 집 개는 말대답을 안 해서 너무 사랑스럽다”고 우스갯소리를 해서 함께 웃은 일이 있다.
많은 개 주인들이 버려진 불쌍한 생명체를 입양해서 가족의 일원으로 보호하고 사랑하는 것을 보며‘ 참 좋은 일을 하는 구나’ 감탄을 한다. 이런 지극한 사랑과 보호에 대한 보답으로 개들은 주인에게 변함없는 충성을 보내고, 믿을만한 친구가 되어주며, 든든한 경비원 노릇을 하고 있다. 오죽하면 “개는 사람의 베스트프렌드” 라는 말이 있을까.
개를 기르지 않는 내가 개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된 것은 개를 기르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이다.
몇 달 전 가랑비가 내리는 초저녁 산보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근처 인도에서 무언가를 밟고 말았다. 개의 배설물이었다. 다행히 미끄러져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놀라고 당황했고, 동시에 약이 올랐다. 그 순간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개 주인을 찾아서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그 후로 산보하면서 두 가지 새로운습관이 생겼다. 자주 발쪽으로 시선을내려 길을 살피는 것과 개를 데리고 산보하는 사람들의 손에 개 배설물을 처리할 집게와 봉지가 들려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한동안 관찰한 결과 다음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 그룹은 비닐봉지와 집게를 들고 다니면서 개가 배설을 하면 깔끔하게 처리하는 좋은 시민들이다. 둘째 그룹은 배설물을 집어서 봉지에 넣기는 하는데, 봉지를 그냥 길가 풀밭에 던져버리는 사람들이다. 셋째 그룹은 비닐봉지와집게를 가지고 다니기는 하지만, 막상 개가 배설을 해도 그냥 두고 가는 사람들이다. 네 번째 그룹은 아예 빈손이어서 개가 배설을 해도 모른척하고 가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좋은 시민 그룹에 속하지만, 그렇지 못한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생긴다.
거리 곳곳에 또 개인집 앞마당에 “당신의 개 배설물을 꼭 치워주세요” 라는팻말과 비닐 봉지함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다. 개 주인들이 조금만 신경을 써주었으면 한다. 귀여운 내 개의 오물은 내가처리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우리 모두 훨씬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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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