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혼에 대하여

2017-09-16 (토) 김완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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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영속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톨릭은 교회의허가 없이 배우자와 이혼한 뒤 재혼하면 부정을 저지르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뮐러 추기경은 지난 2월“혼배 성사로 성립된 결혼은 하늘도 땅도 천사도 교황도 바꿀 수 없다” 고 말하며 교황에게 대놓고 반기를들었다.
엄격한 가톨릭 교리로 신자들을 배제하기보다는 자비로 포용하는 교회를 지향하는 교황은 지난해 4월 이혼자나 재혼자에게도 개별적 상황에 따라 사제의 판단에 의해 성체성사가 허용될 수 있음을 시사해 교회내 보수파들의 거센 반발을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에 저항해온 교황청 내보수파 거두로 꼽히는 뮐러신앙교리성 장관을 전격 해임하면서 교황청 ‘개혁 속도내기’ 에 나섰다“.

이상은 2017년 7월5일자미주한국일보 기사다. 뮐러추기경께서는 결혼은 무조건적으로 영구히 계속되는것임을 강조하신다. 그러나당위가 절대는 될 수 없다.

이는 인간 실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아니면 무시하는 처사다.


태생적으로 사람이란 흔들림 없이 항상심이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않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나와, 존재하는 나는 엄연히다르다.

우리가 갖고 있는 희로애락은 인간이 자기동일성(自己同一性)을 지속할 수 없는 동물이라는 걸 보여주는단적인 예다. 아무런 감정이없는 로봇이라면 몰라도 감성적인 인간은 결코 자기투명성을 지탱할 수 없다. 아니‘ 변덕이 팥죽 끓듯 하는’인간이 어떻게 평상심을 견지하며 자기동일성을 부지해 갈수 있겠는가.

‘영속성’ ‘절대성’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걸 인간의본성에 무지했던 관념주의자들이 만들어낸 거짓상일뿐이다. 다만 이런 것은 끝없이 추구해야할 이상적 가치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 가치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이상적 가치들이 무의미 한 것은 아니다. 이를 포기한다면 인간은 곧바로 추악해지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름다워질 수있는 유의미한 가치지만 이런 이상적 가치들이 강요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억압이고 폭력이 되기때문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바위도속도가 느려서 그렇지 서서히 변한다. 모든 것에는 모순이 있고 무결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이나 영원한 것이 있다고 믿는다면 관념일뿐이다. 역시나 삶 또한 완전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 모든 것은 가변적이다.

그런데 왜 한 번 결혼하면 그게 끝이라 단정하는가.

결혼이란 것도 얼마든지 변할 개연성이 있는 것 아닌가. 결혼이라는 제도가 어떤결점도 찾을 수 없는 완성된 제도인가? 그게 아니기때문에 이혼이란 제도도 있는 게 아닌가. 결혼이 선택이었듯 이혼도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결혼만 하면 두사람의 마음이 온전히 하나가 되나? 인간은 애시 당초그게 안 되는 동물이다. 종교도 신도 강제하지 못하는인간의 마음을 결혼이란 제도가 두 사람의 마음을 강제해준다고 믿는다면 그건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이혼자, 재혼자를 부정을저지른 죄인으로 인식해온가톨릭은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안하무인이다.

뮐러 추기경을 비롯한 보수파 추기경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들은 그렇게 정결하여 사제의 아동 성범죄 은폐를 밝히고 엄단하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력에 저항하는가?교리가 현실과 유리될 때종교의 영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실의 변화에종교도 변해야 한다. 시대와호흡하지 못하는 화석화된종교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원리주의자나 근본주의자들이 무서운 건 이 때문이다. 끝으로 교황님의 안녕과 건투를 빈다.

cheabin0423@hanmail.net

<김완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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