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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물·숲의 3중주 경산, 억겁을 품은 갓바위 부처… 중생의 고통 어루만지고

2017-09-08 (금) 글·사진(경산)= 우현석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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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땡볕 맞으며 팔공산 정상 오르니 고려 보물로 추정 6m 갓 쓴 불상

▶ 근엄한 자태… 더위마저 잊은 듯

팔공산은 대구광역시·경산시·영천시·군위군·칠곡군에 걸쳐져 있다. 그중 경산시에 있는 갓바위를 보기 위해 팔공산을 찾았다. 갓바위가 있는 곳은 해발 850m 관봉 정상 근처. 갓바위 부처의 원래 이름은 관봉석조여래좌상으로 지난 1965년 보물 제431호로 지정됐다. 갓바위 부처의 높이는 약 6m 정도로 화강암을 깎아 만든 불상인데 머리 위에 갓 모양의 보개(갓)가 얹혀 있다고 해서 ‘갓바위 부처’라고 불린다.

부처의 보개는 두께 15㎝, 지름 180㎝로 그동안 자연석을 쪼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2013년 조사 결과 관 윗면에 문양이 조각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보개는 후대인 고려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팔각형이었던 것이 풍화작용을 거쳐 오늘의 모습으로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경산시의 전경을 조망하고 싶다면 갓바위 바로 아래 있는 천성암에 들러 보는 것도 좋다. 천성암은 신라 흥덕왕(826~836년)대에 건립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1,200년이 넘은 암자로 추정된다. 연이은 화재로 여러 번 중건된 암자로 도로에서 1.2㎞ 정도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일반 승용차로 오르기에는 경사가 급해 걸어 오르는 것이 속 편하다. 그럼에도 굳이 이곳에 올라야 하는 이유는 암자 왼편에 있는 바위에서 내려다보는 전망 때문이다. 이곳은 경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바위에 세워진 조그만 탑과 시내 전경이 조화를 이룬다.


경산의 산을 구경했다면 물 구경도 해야 한다. 반곡지는 경산을 대표하는 포토존으로 철 따라 변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로 연중 북적이는 곳이다. 주차장 쪽에서 반곡지를 바라보면 건너편에 보이는 둑 위에 수백 년 된 왕버들 20여그루가 줄지어 선 모습이 아름답다.

2011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선정된 바 있다. 이후 2013년 10월에는 안전행정부의 ‘우리 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반곡지는 오랜 가뭄에 바닥이 드러나 있다가 최근 비가 내리면서 다시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반곡지 앞 주차장에서 좌판에 복숭아를 팔고 있던 할머니는 “한동안 비가 안 와서 바닥이 다 드러났었는데 얼마 전에 비가 내려 이제는 제법 물이 고였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근심을 반영하듯 복숭아는 씨알이 잘았다. 도무지 팔릴 것 같지 않은 크기에 ‘나라도 팔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건네며 “빨리 팔아치우고 댁으로 들어가시라”고 했더니 할머니는 “가뭄 탓에 크기는 작지만 맛은 달다”고 말했다. 한 입 베어 물어보니 과연 할머니의 말대로 다디단 과즙이 입안에 고였다.

복숭아를 씹으며 차를 자인계정숲으로 몰았다. 자인계정숲은 경산시 자인면 구릉에 남아 있는 천연 숲으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이다. 1997년 12월에 경상북도 기념물 제123호로 지정됐다. 이팝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그 밖에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있는데 수령은 대략 10~250년 사이로 추정된다.

자인계정숲은 우리나라 온대 낙엽활엽수림의 모습이 유지되고 있는 평지림(平地林·평지에 이뤄진 숲)으로 이팝나무·굴참나무·느티나무·참느릅나무·말채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계정서록(桂亭西麓)이라는 기록이 남아있고 금석문에도 계정록으로 기록된 것이 있어 여기서부터 계정숲이라는 명칭이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글·사진(경산)= 우현석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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