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 때리기의 득과 실

2017-09-07 (목) 12:00:00 이영묵 /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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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이제는 중국과 일본을 이웃동네 마실가듯이 여행을 한다. 그런데 열의 아홉은 중국의 찬란한 유적에 감탄을 하지만 중국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저 그렇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광 중 얻은 좋은 이미지 때문에 언제라도 일본을 다시 가고 싶어 한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한 나는 일본사람이 최고 동양인으로 대접받는 것을 언제나 보아 왔다. 하지만 나는 일부라고 믿지만 일본을 극도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국 여론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아마도 일본을 방문하는 배우 배용준을 ‘욘사마’라며 주부들이 비행장에 나가 환호하지만 만일 어떤 일본 배우를 한국 주부들이 인천 공항에 나가서 환호했다면 언론에서 별별 상스러운 욕을 해가면서 성토를 했을 것 같다.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쓰는 이유는 얼마 전에 같이 점심을 한 대선배의 이야기 때문이다. 그 선배가 ‘군함도’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가 문 대통령 당선 전에 만들어지긴 했지만 좌파정권이 들어서고 한일 간에 위안부 처리 합의결정에 대한 비난과 때리기 분위기에 편승해, 비록 돈을 벌려는 상업 영화라도 한국인들을 도를 넘는 일본 혐오로 끌고 가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 선배는 일제 치하에서 중학생이었지만 징용노동자로 차출되어 비행장 건설에 동원되어 노동을 했던 분이다. 그 분의 말인즉 미쓰비시 탄광에는 당시 돈벌이가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었고, 군함도 탄광에는 일본, 중국, 한국 등 각지에서 노동자들이 모여 들었다고 했다.

나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점심을 끝내고 곧바로 극장으로 갔다. 참으로 이제 한국영화는 배우 연기부터 시나리오의 대사 그리고 촬영기술까지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영화관을 나오면서 ‘군함도’가 상대 국민을 너무 증오하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41%의 득표로 대통령이 되고, 국회는 과반수가 못 되는 소수여당을 거느린 현 정부로서 국민의 여론을 업고 정치를 해 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대로 과거 박근혜 정권보다 잘하는 면이 꽤나 많다.

그러나 내 눈에는 현 정권이 ‘독립투쟁으로 존경해야 할 분과 그저 숨죽이고 살아갔던 민초와 소수의 악질 친일파’ 중에서 ‘존경해야 할 분’ 외에 나머지 모두를 ‘친일을 한 역사의 죄인’으로 몰아넣는듯하다. 그리고 이 행동은 좌파의 조종이라는 오해를 충분히 살만한 것 같다. 정부가 그러한 분위기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현재의 프랑스와 독일관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프랑스가 2차 대전 종전 후 11만 8,000 건의 재판을 통하여 나치에 동조한 몇 만 명을 처형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2년 후인 1957년부터 유럽경제공동체를 프랑스와 독일이 주축이 되어 설립, 석탄 철강을 통해서 한 경제권으로 묶다가 급기야 1993년 유럽공동체란 거의 한나라 한 경제 수준으로 확대 발전시켜 두 나라가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일본과 관계를 잘 설정해야 한다. 아베 정권이 위안부 만행에 뻔뻔하고 사과에 인색함은 나도 답답하고 화도 난다.

그러나 일본 때리기에서 얻는 것이 무엇이고 잃는 것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더구나 현재는 북한으로 인한 위기의 현실이다. 두 개의 구절을 곰곰이 되새기라고 권하고 싶다.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 그리고 명분은 쉽지만 실리는 어렵다” 이다.

<이영묵 /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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