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

2017-08-29 (화) 12:00:00 조탁현/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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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많이 싫어했었다. 그 이유를 대라면 수 백 가지를 댈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그저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한 번 그렇게 각인이 되니까 내 기준에서 분명 난 옳았고 그 사람은 무조건 틀린 것처럼 보였다.

그 때 난 마치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 같았다. 그 사람을 향한 내 심경은 합당한 것이라 느꼈기에 다른 사람들의 객관적인 의견과 조언은 무시하기 일쑤였고, 나의 관점과 다르다면 내 안에 방어기제를 통해 철저히 나를 변호했으며, 그것이 안 될 땐 그 사람과 다투며 멀리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난 괜찮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난 옳았고, 난 그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돌아오는 것은 외로움뿐이었다. 아주 철저한 외로움. 편협한 사고를 가진 나로 인해 나의 가족들은 힘들어했고, 주변 사람들은 나를 대하기 어려워했다. 얼마 못 가서 몸에 탈이 났다.

그 당시 분명 난 옳다고 판단했지만 상대방의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난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나만 고독하고 힘들어졌다. 억울함과 무력감에 우울증이 생기고 자신감을 잃어버려 대인 기피증까지 생겨버렸다. 그 때 알았다. 미워하면 가장 힘든 것은 본인이라는 것을…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참 힘들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멈출 때까지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어떠한 부분은 ‘아니지 않나’ 이야기 해 봤자 답답함이나 다툼만 있을 뿐이다. 차라리 상관하지 말고 그 사람과 거리를 두는 편이 낫다.

본인이 누군가를 너무 싫어한다면 멈춰야 한다. 지금 당장 옳고 그름의 판단이나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여행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좋은 차나 따뜻한 커피를 매일 아침 조용하게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멈추지 않는다면 나만 힘들어질 것이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떠나보낼 수 있다.

한 스님이 ‘미움의 반대는 이해’라고 방송 강의에서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미운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수긍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질 것이라 이야기 하셨다. 참 공감이 됐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내 마음 속에 증오가 꽉 찬 상태에서 그 사람을 용납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그런 감정들을 내 가슴에서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해와 공감은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하는데 소중한 것들이지만, 우리의 심중에 무엇인가 가득 차 있다면 절대로 가질 수 없다. 혹 나중에 내 안에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면, 나를 위해서라도 싫어하는 대상에 마음을 열어보자. 그 때서야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탁현/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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