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의 힘으로 탄생한 신비스런 예술품 감탄 절로
파이프오르간 석순과 종유석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었다
하우씨 딸 결혼식 이후 ‘신부의 제단’에서 동굴하트 결혼식 유래
`와인딩 웨이’지하 강이 6백 만년 걸쳐 라임스톤 벽 깎여진 결과
밀실 같은 곳 석순과 종유석의 다양함 말그대로 `명불허전'
배에서 내려 되짚어가다 동굴결혼식장소로 갔다. Cool Place to say "i do"라 부른단다. 밀실처럼 아늑한 공간의 바닥에 흰 색깔의 하트가 크게 있다. 동굴안의 냇가에서 찾은 방해석(Calcite)의 거대한 조각을 6인치 두께로 잘라 박은 거란다. 참 환선굴에도 천장 가까이 바위벽에 천연의 하트형상이 또렷이 있다. 그 하트 앞에서 우정과 사랑을 맹세하면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속설까지 있다. 결혼식을 위한 하우동굴의 하트랑은 비교불가로 작지만.
그나저나 동굴하트결혼식 유래는 1854년 하우씨의 딸 결혼식부터다. 그 후 ‘신부의 제단’ (The Bridal Altar)이라고 명명 후 재밌는 속설들이 창조됐다. 신랑신부가 하트 안에서 "I DO"하면 부자가 된다. 또 연인들이 서면 일 년 안에 길고 로맨틱한 여행을 하고, 싱글이면 일 년 안에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더한 건 동굴 안에서 키스를 하거나 신랑 신부가 하트에 서서 키스할 때 종유석에서 물이 한 방울 “톡!” 떨어지면 앞날이 창창하고 큰 행운이 온다나. 그런 속설의 여파 때문인지, 1929년 후로 600쌍 이상이 동굴하트결혼식을 했단다. 비용도 지불하고 양가다 합쳐서 10명 내외만 참석허용인데도 그렇단다. 지어낸 스토리인지 뻔히 알면서도 사람심리가 ‘행운’이라면 무조건 무장해제 되기 마련이니까.
하트결혼식장.
우리 팀은 다 지긋한 나이에다 기혼자들이라 하트 안에 설 자격도 필요도 전연 없다. 그럼에도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군중심리에 편승해 다들 하트 안에 서봤다. 나는 그냥 지나쳤다가 얼른 되돌아가 마지막으로 서봤다. 아직 미혼인 딸 대신으로...
마지막으로 'The Winding Way'로 갔다. 길이 뱀의 행로처럼 구불구불 감긴다. 라임스톤의 벽이 지하의 강으로 인해 6백 만년에 걸쳐 깎여진 결과, 신비한 길이 생겼던 것. 일테면 물의 힘에 의해 조각된 아름다운 자연의 예술품이 탄생된 것이다. 자그마치 300foot길이의 통로가 5feet부터 45feet까지 높이도 다양하고, 넓이도 18인치에서 5feet까지 변화무쌍이다. 그런데다가 들쑥날쑥 양쪽에 치솟은 바위벽들이 물결인양, 바람이 빚은 사막의 모래무늬인양, 결이 층층 켜켜 주름이 져 화성에 왔나싶다.
밀폐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한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지점은 머리와 팔꿈치가 안 닿게끔 극구 조심해야했다. 그러자니 완전 ‘인디애나 존스’가 되어 고대의 미로를 헤매는 기분이랄까. 낯선 별나라 탐험길이랄까. 여직 접해본 동굴중 제일 독특한 개성만점의 길이었다.
와인딩 웨이 구불구불 길
가이드가 밀실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다른 길로 가되 진짜 경이로운 장면을 놓치는 거라 유감이라던 말도 다 일리가 있다. 제일 압권인 이 길로 인해, 석순과 종유석의 다양함에서 루레이나 환선굴에 한참 쳐졌던 점수가 거의 만회됐다. 유일무이한 요상한 길은 영화장면 그대로였으니까. 대미의 대반전이었으니까.
하우 동굴의 인기순위가 미동부에선 나이아가라폭포 다음이다. 또 뉴욕 주 명승지중에 가장 흥미진진한곳으로 평가돼 매년 20만 명 이상이 관람한다.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모두 90분간의 동굴관광 후 건물 밖의 데크로 나갔다. 확 트인 새파란 들판과 나무들이 너무 적요하고 청정하다. 방금 전 실제로 보고 걷고 왔음에도, 저 평온한 땅 깊이 그런 신기한 굴과 호수가 있다는 게 영 실감이 안 난다. 시침 뚝 따고 있는 저 푸르른 초원아래의 요지경 같은 원더랜드가 그저 한바탕 꿈인 듯싶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언덕을 내려오면서도 자꾸 뒤돌아봐진다. 풀을 깎은 뒤 하얗게 칠해놓은 Howe Cavern이란 큰 글자만이 동굴의 존재를 증명해줄 뿐이다.
이처럼 지구 내면엔 우리가 모르는 비밀들이 무궁무진 숨겨져 있다. 소크라테스 왈, “내가 아는 유일한 사실이라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라고 고백했다. 나도 경이(驚異)한 지구란 행성에 대해 아는 것이 과연 뭐 있나 싶어 멍해진다. 확실한 건 절대로 오만하게 몸담고 있는 지구를 홀대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겸손히 경외(敬畏)하면서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거다. 작금, 지구의 ‘불편한 진실’이 새삼 머리를 쳐 마음이 무거워진다.
더 많이 배울수록 우리가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깨닫게 된다더니, 여행 또한 그렇다. 여행을 다닐수록, 새로운 걸 볼수록, 이제껏 견문각지(見聞覺知)한 나의 세계와 시야의 진면목이 나타나니까. 얼마나 빈약하고 편협하게 치우쳤는지 절실하게 인지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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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숙/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