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의글] 생각나는 형님

2017-08-25 (금) 12:00:00 방무심/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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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하다 보면 애틋한 사연도 있게 됩니다. 나에게는 종종 허전한 마음으로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작년 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간단한 안부의 말씀 뒤에 “여보게! 5월 초에 집에 들를 수 있겠는가?” "예, 그리하지요.” 대답하고 한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그 집에는 삼 남매가 있었는데 두 자녀는 혼기가 훌쩍 넘은 나이라 그저 결혼을 하나 보다 생각하고 소식이 오겠지 하고 잊고 지냈습니다.

그 후 여름이 가기 전에 우연히 아들을 만나서 형님의 안부를 물으니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때의 참담한 심정은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그저 가슴이 먹먹하고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아저씨! 모르셨어요?" “응 몰랐는데…”. 아들의 눈에는 섭섭한 감정이 묻어나는 눈물이 보입니다.

잠시 후 나는 형님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이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던 섭섭함의 눈물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일상의 삶에 휘둘려 진작 찾아뵙지 못한 자괴감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분과 나의 관계는 미국에 오면서부터의 인연과 늘 좋은 말씀으로 조언해 주셨기에 더 슬펐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 중에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진 인연을 짙게 남겨놓고 떠나신 분이라 더욱 안타깝습니다. 3년 전부터 병환으로 고생하신 분이 마지막 때를 정확히 아시고 내게 전화를 주셨는데 나는 다르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늘 조언(助言)을 해 주셨던 분이 떠나셨을 때 그분의 존재감이 내게는 더욱 크게 남아 있습니다.

그분은 정확히 5월 말에 저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 마지막 수화기 넘어서 하신 말씀이 종종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여보게! 오월 초에 집에 들를 수 있겠는가?” “아픔이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계십시오.”

<방무심/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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