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인간 (안) 됨과 지금의 미국

2017-08-23 (수) 이종열/페이스대 석좌교수
작게 크게
사람의 인종편견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이 세상의 다른 많은 편견과 마찬가지로 인종편견도 어느 인간이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면서 배우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세상에서는 피부의 색깔이 편을 가르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런데 백인어린이가 자기가 “white” 라고 얘기를 한다면 벌써 그 어린이는 인종에 대해서 얘기를 들었다는 반증이다. 백인의 피부색은 창백한 것이지 흰색이 아니다. 역사가 흐르면서 백인들이 그들의 인종적 우월성을 얘기하면서 그 단어를 선점한 결과인데, 이 얘기 하나만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그 배경이 복잡하다.

지금 미국 여론전체를 파도처럼 몰아가고 있는 트럼프의 인종편견이 야기한 사회문제는 작은 문제가 아니고 너무나 심각한 현상인데, 오늘은 주류 미디어에서 전하는 뉴스의 뒷면에서 소수민족인 우리 미주한인들이 겪어야할 인종편견에 대해서 전문가가 아닌 보통사람들끼리의 얘기를 나누고자한다.


트럼프가 정치판에 주요인물로 등장하기 전부터 필자는 그의 기업가로서의 자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경영대학원 재무분석 시간에 필자가 자주 쓰는 강의기법이, 같은 산업 안에서 훌륭한 기업과 신통치 않은 기업을 지정해 주면서 학생들이 자신들의 연구와 사고를 바탕으로 어떻게 양질과 악질이 구분이 되는 가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호텔과 리조트산업 안에서 고른 두 기업이 Wynn 기업과 Trump 기업이다.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쁜가는 짐작하시겠지만 백인 남학생들이 대부분인 클래스였지만 아마도 필자의 전 학생들 중 선거에서 트럼프를 찍은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이, 분석결과가 너무나 분명하게 악질적 비즈니스 관행을 일삼는 트럼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인간 쓰레기라고 필자가 일찍부터 레이블을 붙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인종편견은 비겁한 그의 성격에만 요인이 있는 게 아니라, 똑같이 악질인 그의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이다. 돈이 조금 있던 부동산업자인 아버지 트럼프는 별별 불법적인 관행을 일삼아서, 여러 곳에서 소송을 당해 조용한 날이 별로 없었다. 아버지가 인종편견을 가졌더라도 자신의 교육과정을 통해서 그걸 고칠 기회가 많았지만 트럼프는 그러지 않았다.

비겁하고 성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편견을 가지게 되는데, 트럼프의 인종적 편견은 절대 못 고칠 정도로 질이 나쁘다. 세상 어느 아버지가 딸과 사위가 마음 아파할 인종적 편견을 그대로 갖고 있겠는가 생각하면 그 정도를 알 수 있다. 그의 딸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는 물론 유태인 집안에서 자랐고, 이방카의 어머니는 유태인계 동구출신이었으니 이방카도 따지면 유태인이다.

근래에 드디어 본색이 드러나 리더십에서나 행동거지가 더 이상 정말 미국 대통령이라 부르기엔 낯이 뜨거울 정도로 저질인 트럼프가 버지니아대학이 있는 샬러츠빌에서 네오 나치와 KKK 등 인종혐오단체에서 벌인 살인과 가증스런 일들에 대해서 내린 평가를 본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 중 양심 있고 용기 있는 이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비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유권자들 중 바닥층 1/3은 여전히 막무가내로 트럼프 지지를 하고 있고, 섣불리 트럼프 욕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그들은 협박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뮬러 특별검사 수사가 상당히 진행되고 여론이 더 이상 트럼프가 계속 백악관에 있다가는 나라가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 된다고 느끼면 아마 어렵지 않게 탄핵이 진행될 것이다. 그래서 상하양원 의원들이 “그때 너희들은 입 닫고 있지 않았는가”가 장래 부끄러워질 정도가 되겠다고 느낄 때 트럼프의 시대는 끝나리라 본다.

정확히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는 모르나 이대로 그냥 가기는 힘들 정도로 트럼프는 성격적 결함과 자질 결핍이 심각하다. 그는 아무 원칙도 없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눈치로 지껄이고, 사실 한 번도 우파다운 얘기나 정책을 토의한 적도 없으며, 가장 중요한 그룹인 비즈니스 리더들도 이젠 그를 기피해서 그는 외톨이로 몰리고 있다. 우리 모두 조금만 더 기다리면 트럼프시대의 종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종열/페이스대 석좌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