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도산 안창호 발자국 동판

2017-08-22 (화) 12:00:00 조신숙(요셉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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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일행과 함께 애틀란타에 있는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 헌액된 2012년 세계 민권 운동가들의 발자국 동판을 따라 가다가 발견한 한국인에겐 매우 익숙한 한 동포의 이름,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그곳은 미연방정부에서 관리하는 곳이라 아무나 입회할 수 없는 곳인데 아시아인으론 최초로 2012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모두들 감격에 겨워 그 이름을 모빌폰에 담았다. 그러나 정작 모두의 마음에 담은 것은 그의 ‘애국심’이었다.

무엇이 우리들의 마음을 이렇게 흔들었을까. 다큐멘터리 방송으로 보았던 멕시코의 애니깽이나 러시아의 까레이스끼,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 조센징으로 불려졌던 근대사 속의 동포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도산 안창호에게도 그 시절의 한국인에게 배워서 익히는데 대한 중요성을 알려 준 용기와 리더십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그들 모두에게 있어서 ‘민족의 정체성’은 존재의 이유 같은 것이어서 그렇게 치열한 삶을 살았던 것일까.

‘군함도’라는 한국영화를 보았다. 비록 영화 내용에 허구가 섞인 것이라 해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라 없는 민족이 어찌 편하게 살았으랴. 힘이 없어서 당했던 징용자들이나 위안부들의 절망과 아픔을 보듬어 줄 수가 없었던 당시의 상황에 보는 동안 내내 서러웠다.


한 가정 한 가정의 역사가 모이면 국가의 역사가 된다. 우리 가족의 역사는 30여 년 전 미국으로 이민 온 날부터 시작되었다. ‘한국어와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야만 역사는 계속 이어지는데 앞으로 내 자손들이 만들어갈 역사는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갓 이민 왔을 때 현대차는 제일 하위권, 지금의 위치는 어떠한가. 아이들 도시락에 김을 넣어 주면 급우들이 흉본다고 싫어 했었는데 지금은 코스트코에 가면 김치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때보단 재미 한국인의 위상이 높아져 가고 있음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미국에서 도산의 발자국 동판을 본 것은 이런 자랑스러운 사실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았을 내게 다시 한 번 ‘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 학부모들에게도 언젠간 방문해 보라고 해야겠다. 그곳에서 느낄 여러 가지 감흥 또한 그들 가족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겠지.

<조신숙(요셉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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