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구와 경제, 그 상관관계

2017-08-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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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크는 여전했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조금 전이었던가. 그러니까 조크인 줄 알았던 트럼프 후보, 그가 대통령에 당선 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연방 인구통계국은 한 가지 데이터를 발표했다.

미국의 인구 증가율이 0.7%로 크게 둔화됐다는 것이다. 대공황으로 미국이 허덕이고 있던 1936년과 37년 이래 최저치의 인구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80년, 그러니까 근 한 세기만에 최저선을 보인 미국의 인구증가율. 이 0.7% 인구증가율을 새삼 들먹인 것은 다름이 아니다. 미국의 인구동향 패턴이 대공황을 앞둔 시기와 뭔가 상당히 흡사한 점이 있어서다.

인구통계는 운명이다. 인구가 젊다. 그리고 계속 증가추세다. 그 나라의 미래는 창창하다. 경제도 그렇다. 성장세를 거듭한다. 그 반대의 경우, 그 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경제는 침체국면을 맞게 되고. 하나의 상식이다.

인구감소 상황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구증가율이 계속 둔화된다. 그 경우 경제에는 레드 라이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역사적 전례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한 서방세계에서 찾아진다.

캐나다의 경제학자 클레어런스 바버는 1929년 증권시장 붕괴, 다시 말해 대공황 도래는 그에 앞선 20년대의 급격한 인구증가율 둔화와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1920년대 서유럽국가들의 인구증가율은 30%이상 둔화됐다. 미국의 경우는 더 심해 50% 선을 마크했다. 1차 대전이란 대참사의 후유증 때문이 아니었다. 급격한 세속화 물결과 함께 여성의 역할에 변화가 생기면서 출산율이 크게 낮아졌던 것.

젊은이들은 가급적 결혼을 늦게 하는 것이 그 당시의 유행으로 아이를 낳는 시기도 지연됐다.

그 결과로 먼저 나타난 것이 주거용 건물 건축 율의 하락이다. 1926년을 기점으로 부동산시장은 긴 겨울을 맞이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20년대를 시작으로 이민자수도 급격히 줄었다는 사실이다. 1924년 연방의회는 이민자 수를 대폭 줄이는 법을 마련했다. 그 결과 그 해에 70만6,000명에 이르던 합법이민자 수는 1933년에는 2만3,000명으로, 무려 97%나 감소했다.

대공황의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 답은 한 가지로 정리될 수 없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와 이민인구 급감이 가져온 지속적인 인구증가율 둔화에서 그 한 가지 원인이 찾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바버의 연구결과다.

시점을 현재, 2017년으로 다시 돌린다. 미국의 인구증가율은 계속 둔화되고 있다. 0.75%를 마크했던 인구증가율은 0.70% 선으로 더 낮아졌다. 여기에 또 하나. 이민자 수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높다. 급기야 합법 이민자수를 절반으로 감소시키는 법안이 제출된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생육하고 번성하라’- 인류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그 축복을 스스로 거두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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