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새로운 공부’의 시작

2017-08-15 (화) 01:27:56 조신숙(요셉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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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결혼한 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첫마디가 ‘할머니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였다. 과년한 나이로 보내며 빨리 엄마가 되라고 당부했기에 고대하던 소식이었다. 지인들이 손주 사진을 보여 주면서 더없이 행복한 얼굴이 되는 것을 볼 땐 내심 부러움 속에 속상함이 겹치곤 했는데 드디어 나도 할머니가 된다니 모란꽃 같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작고하신 시아버님께서 이 녀석 임신 소식에 축하금과 ‘육아 백과사전’을 선물해 주셨던 생각에 나도 기쁜 마음을 담아 축하금을 건네주었다.

어렸을 적부터 3명씩 낳아라. 내가 다 키워준다 했으니 육아 담당은 당연히 내 몫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키운다? 친정엄마와 도우미 아주머니 도움을 받았던 내 방법과 요즘 세대 육아 방법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텐데. 마침 한국에서는 조부모들의 육아 문제로 자녀들과의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는 뉴스도 읽은 적이 있어서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신생아 목욕시키는 방법은 어떠했더라? 수유는 몇 시간 간격으로 해야 되지? 낮과 밤이 바뀐 잠투정으로 모두를 힘들게 하진 않을까? 미국 의사 선생님이 우는 아기 빨리 그치게 하는 방법을 소개하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네. 하루 중 빈 시간은 온통 육아 생각으로 채워진다.


나는 진지하게 딸과 대화를 시도했다. 너희들의 요구 사항을 말해주면 그에 맞게 키우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나 내 육아 방법에도 타당한 점이 있다면 받아들여 서로의 갈등의 최소화하자고. 다행히도 우린 합의점을 찾은 것 같다.

한 인간을 반듯한 인격체로 키우는 것이 어찌 먹이고 입히는 것에만 국한되랴.

자, 이제부터 ‘새로운 공부’의 시작이다. 달라진 육아 상식과 정보들, 신세대 엄마들이 선호한다는 자연주의 육아법 같은 것도 배우려면 이 초보 할머니에겐 수험생처럼 체계적인 육아 공부가 필요하리라.

아가야! 널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는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게. 하지만 너와의 교감을 위해서 시작하려는 이 공부가 마냥 쉬울 것 같지는 않구나. 어떤 날은 바빠서 또 너무 피곤해서 너에 대한 공부를 미루더라도 이해해 줄 거지?

<조신숙(요셉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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