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글픈 세대’의 공통점

2017-08-1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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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세대’(The Greatest Generation)는 NBC 방송 앵커였던 톰 브로커의 베스트셀러 저서 제목이다.

1910년대에서 1920년대 사이에 태어난 미국인들이 그들로 어릴 때 대공황(1929년)이 닥쳤다. 청년시절에는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 그러니까 경제적 시련 가운데 자라 전쟁이 발발하자 조국 수호 전선에 뛰어들게 된 세대가 그들이었다. 엄청난 희생 가운데 불굴의 의지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세대는 전후복구사업과 경제건설의 주역을 맡게 되고 뒤이어 본격적인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열린다.


그 자식 세대가 베이비붐세대다. 이 세대는 풍요 속에 자랐다. 이런 그들은 ‘미 제네레이션(Me Genration)’으로도 불렸다. ‘나’ 밖에 모르는 에고이스트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다.

시련가운데 미국을 지키고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서게 했다. 그 아버지 세대의 위대함을 철들어 깨달았다. 그에 따른 베이비붐 세대가 바치는 헌사가 ‘가장 위대한 세대’란 저서다.

한국의 ‘가장 위대한 세대’는 어느 세대인가. 생각이 잘 안 난다. 굳이 비교하자면 1920년대 말에서 40년대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아닐까. 일제강점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해방공간과 6.25에서 대한민국을 지켰다.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주력세대란 점에서다.

동시에 다른 질문도 떠올려진다. 그 반대, ‘가장 서글픈 세대’는 어느 세대일까 하는. 수난으로 점철된 것이 한국의 역사다. 그러니 콕 집어 말하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대가 달라도 역사 속의 서글픈 세대들은 뭔가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깥세상은 무섭게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내 알바 아니다. 그러면서 내부 싸움에만 열심이다. 거기에 하나가 더 첨가된다. ‘설마…’가 시대의 유행어였다는 사실이다.

내일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다.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탄(ICBM)도발로. 그런 정황에서 한국의 일부 젊은 세대 간에는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지역의 부동산이 인기라고 한다.

그 이유가 꽤나 황당하다. 북한의 장사정포가 날라든다. 그러면 포탄은 공중으로 날아가므로 더 안전하다고 하던가. 뉴욕타임스가 전한 한국의 젊은 세대, 그 풍속도의 한 단면이다.


사드를 둘러싼 이야기도 그렇다. 이랬다, 저랬다. 사드배치에 대한 정부 입장이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북한의 핵 공격은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드포대 레이더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나왔다.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사람의 건강과 참외 농사까지 망친다는 주장은 처음부터가 황당무계한 괴담이었던 거다.

그것이 조사결과 실증됐다. 그런데도 괴담은 여전히 나돌고 사드 반대 단체들과 일부 주민들은 ‘못 믿겠다’고 버티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학적 사실도 억지 앞에서 안 통한다. 엄중한 안보위기도 아랑 곳 없다.

지금도 연신 들려오는 것은 ‘설마…’ 소리다. ‘설마 전쟁이…’ ‘동포끼리 설마 핵을…’식의. 그러면서 오로지 떼를 지어 억지를 부리는 거다. 워싱턴이, 베이징이, 또 김정은이 뭐라고 하던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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