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일지와 보자기

2017-08-12 (토) 07:08:18 안금주/주방 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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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이상 한국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책을 학습하면서 독후감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의 백범 김구선생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하여 여러 가지 매체를 활용하는데, 김구 재단에서 출판한 책뿐만 아니라 만화와 다큐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김구 선생님께서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주는 백범일지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아이들과 독후감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규방공예를 공부하고 널리 알리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는데, 요즘 침체기에 빠져 있는 나에게 백범일지의 나의 소원 중에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처음 읽었을 때 받은 감동을 상기시켜 주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은 물론,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한글이 서투른 아이들이 모두 번갈아 가면서 이 글을 읽은 후 K-팝과 K-드라마의 열기를 예로 들어 김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문화의 힘을 설명하였다. 다시 목표를 향한 열정을 굳건하게 하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 잡는데 한국학교에서 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

23년 전의 일이다. 당시 서울은 서양과 일본에서 건너 온 예쁜 원단의 퀼트를 배우고 즐기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았다. 그리고 가구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포크 아트 페인팅 수업이 한창 유행이었다. 나도 포크 아트 페인팅 수업을 수강하면서 시계, 거울, 옷걸이를 만들어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그 무렵 어느 잡지에서 본 조각보자기는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비단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럽고 반짝거리는 빛과 천연염색이 주는 색감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리의 규방공예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에 푹 빠져 그때부터 보자기를 배우기 위해 여러 선생님들을 찾아뵈었다.

그 이전까지 보자기는 나에게 가난, 불편함과 부끄러움의 상징이었다. 란도셀(Ransel) 가방을 살 만큼 넉넉지 않은 학생들은 쪽색이나 검정색 무명 보자기에 책과 학용품을 싸서 허리에 매거나 크로스백처럼 매고 다녔다. 보자기 책가방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란도셀 가방을 가진 아이들을 부러워하였다.

몇 년 전까지 어머니는 우리 집에 오실 때마다 이런 저런 물건들을 보자기에 바리바리 싸서 오셨다. 그 물건들을 들고 버스와 기차를 탈 때면 볼품이 없는 보자기 포장 스타일이 창피하여 우리 물건이 아닌 양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보자기를 배우면서 보자기의 장점을 발견하기 시작하였다.

보자기는 리사이클링 작품이며 업사이클링 작품이다. 요즘에도 어머니는 규격화된 봉투나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 냄비나 큰 주전자는 분홍색 다후다 원단 보자기에 포장하신다. 나도 쇼핑백이나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 물건은 보자기에 포장해서 자랑스럽게 들고 간다. 나는 백범 김구께서 말씀하시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문화의 힘을 보자기, 전통자수, 매듭, 한복이 포함되어 있는 규방공예에서 느낀다.

<안금주/주방 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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