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학이라는 언어

2017-08-05 (토) 한영국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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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에서 직원 가족들을 위한 파티가 있었다. 운동 경기장애서 벌어진 이 파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학교가 방학 중이라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겨울에 한 번 더 열리는 가족 파티는 어른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차제에 아마존 본사 사무실도 둘러보게 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던 것은 본사의 연구 분야 공간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직원들이 거의 다 중국계 아니면 인도계의 떠꺼머리총각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분야마다 다르긴 하지만 조카가 소속되어 있는 부서에는 아시안 직원이 85%라고 했다.


시애틀은 IT 산업으로 인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도시였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부대 산업들도 경기가 좋았다. 활기찬 도시의 분위기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고 우려되는 것은 IT 회사들과는 달리 식당에 가면 서브하는 사람들이 거의 다 백인 청년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조카는 이런 기이한 현상을 ‘백인들이 수학을 공부하기 싫어해서’ 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아등바등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싫어해서 라고도 할 수 있고, 이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미국에서 살게 만든 이민 1세대로서 걱정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뉴욕으로 돌아와 운전을 하면서 튼 라디오에서는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 시스템에서 일하는 오클리라는 사람의 인터뷰가 방송되고 있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스템 전공이 아니라면 대학의 커리큘럼에서 대수학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커뮤니티 대학생 중 60%는 최소 대수학 한 과목을 이수해야 한단다.

그런데 이 어려운 과목으로 인하여 학생들의 졸업이 늦어지니 차라리 그 시간에 직업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 수학이 필요하면 계산기를 이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에서 계산이 필요한 많은 분야의 일들은 실제로 누군가가 잘 만들어놓은 계산기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다. 마켓에서 받아야 하는 거스름돈도, 식사를 마치고 셈해야 하는 팁도 자동으로 찍혀 나온다.

하지만 두뇌를 쓸 필요가 없는 생활이 궁극적으로 정말 바람직한 환경일까?

흔히 ‘영어, 수학’이라고 하다 보니 마치 영어는 언어고 수학은 언어가 아닌 학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과학자들에게는 수학도 언어다. 현대에 와서는 더욱 중요해진 언어다.

이 언어를 가르치지 말자는 게 시대를 제대로 읽은 생각일까? 결과는 이미 시애틀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말이다.

<한영국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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