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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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먹물빵·아바이 순대로 배를 채운 후…세 가지 방법으로 즐기는 속초

2017-07-28 (금)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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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먹물빵·아바이 순대로 배를 채운 후…세 가지 방법으로 즐기는 속초

영랑호 뒤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속초는 여러모로 운이 좋은 곳이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포켓몬 고’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출시되기 전 속초 일부 해안에서만 게임이 가능하다는 정보에 너도나도 속초로 몰려드는 일이 있었다. 한 케이블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에서‘속초 운용이 형님’이 소재가 되고‘에브리바디 속초’가 유행한 건 정말 뜬금없는 홍보효과였다. 2014~2016년 T-맵 내비게이션에서 유명 관광지를 제치고‘속초해변’이 검색 1위를 차지한 것도 이 영향으로 보인다. 여름 여행 1번지 속초의 즐길 거리 3가지를 소개한다.

아바이마을에서 관광수산시장까지

‘아바이마을’은 석호인 청초호와 속초 앞바다 사이 작은 모래톱에 형성된 실향민 마을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 1ㆍ4후퇴 때 전란을 피해 온 함경남도 북청지역 주민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아바이’는 알려진 대로 성인 남성을 지칭하는 함경도 사투리, 여성은 ‘어마이’라고 지칭한다. 이곳이 ‘어마이’ 가 아닌, ‘아바이’ 마을이 된 이유는 피난민의 절대 다수가 인민군의 강제 징집을 피해 내려온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속초 앞바다 작은 섬에 자리잡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이곳은 미군이 주둔하던 국유지여서 돈을 들여 땅을 살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전쟁이 끝나면 곧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었기 때문에 임시로 거처할 공간이면 충분했다. 이 작은 터에 2,000여 세대가 사람 하나 겨우 비껴갈 정도로 집을 다닥다닥 붙여 지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귀향의 꿈은 기약 없이 미뤄졌고, 그 사이 실향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현재는 240가구 정도만 남았다.
닭강정·먹물빵·아바이 순대로 배를 채운 후…세 가지 방법으로 즐기는 속초

속초관광수산시장의 대표 먹거리들. 오징어 순대(위), 오징어 먹물빵.

대부분 순대 집을 운영하는 식당 상호도 단천ㆍ명천ㆍ북청ㆍ신포 등 함경도 지명을 달고 있다. 순대 가게의 주요 메뉴는 오징어순대와 명태순대. 돼지 대창이 흔하지 않던 시절,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와 명태를 순대 외피로 쓴 음식이다. 순대 속은 선지보다 야채와 시래기로 채워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오징어순대가 대세이고, 명태순대는 겨울철에나 가끔씩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된 것도 지난 세월을 실감나게 한다.

아바이마을은 남북에서 설악대교와 금강대교로 연결해 섬 신세를 면했지만, 마을에서 시내로 나가는 주요 교통수단은 여전히 ‘갯배’다. 갯배는 바닷물이 청초호로 드나드는 좁은 물길을 건너는 이동수단으로, 오래 전부터 주민들이 맞은편 속초시장에 수산물을 내다팔 때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었다.

수로 양측을 연결한 쇠줄을 고리에 걸어 당기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갯배를 타고 건너면 먹거리 가득한 속초관광수산시장이다. 속초시장은 해산물 위주일 거라는 인식과 달리 닭강정으로 더욱 유명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컵에 담아 파는 것부터, 상자 포장까지 맛도 모양도 다양한 닭강정이 즐비하다. 상황버섯과 더덕 얹은 닭강정까지 등장했으니 세상의 모든 닭강정은 다 모인 셈이다. 오징어 먹물을 이용해 오징어 모양으로 만든 찐빵도 명물이다. 먹거리 골목 뒤편에선 주민들이 직접 딴 섭(자연산 홍합), 성게 등 싱싱한 해산물을 팔고 있고, 회 타운은 상가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닭강정·먹물빵·아바이 순대로 배를 채운 후…세 가지 방법으로 즐기는 속초

속초등대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영금정과 푸른 동해 바다.

요트로 동해 가를까, 자전거로 영랑호 돌아볼까
동해에서 여유롭게, 청초호 요트 체험

휴가철 속초는 어딜 가나 사람으로 붐빈다. 이럴 때 아예 바다로 나가면 조금은 여유롭게 나만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청초호 남측의 ‘코마린’은 요트를 타고 속초 앞바다 조도까지 나가서 한 시간 가량 여름 바다를 즐기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요트는 출발할 땐 돛을 내린 채 거울처럼 잔잔한 청초호를 미끄러진다. 아바이마을 옆 설악대교 아래를 통과하면 그제야 돛을 올린다. 조금씩 속도가 높아지면 바닷바람도 한결 시원하다. 조종사가 좌우로 회전할 때면 갑판에서 내민 종아리까지 바닷물에 잠긴다.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면 조도 근처에서 스노클링을 즐길 수도 있다. 조도(鳥島)는 새들이 쉼터라는 뜻이지만, 지금은 속초의 일출 상징물이 돼 ‘아침을 맞는 섬(朝島)’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

1시간여 뱃놀이를 마치고 청초호로 되돌아올 때는 요트 후미에 앉아 두 다리를 바다 물살에 내맡긴다. 다시 설악대교 아래를 통과할 때 즈음이면 속초 엑스포타워(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뒤편으로 설악산의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조금의 사치로 햇살 부서지는 푸른 바다를 가르는 낭만을 맛보는 프로그램이다.

평화로운 소풍, 영랑호 스토리자전거


시내 중심에 위치한 청초호가 주변을 반듯하게 정리해 자연 호수의 모습을 잃은 데 비해 북측의 영랑호는 석호 본래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바닷물이 드나드는 구조여서 호수에는 숭어 황어 등 물고기가 풍부하고, 이를 먹이로 하는 왜가리 백로 흰뺨검둥오리 가마우지 등 새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영랑’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금강산에서 수련을 마치고 경주의 무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내려 가던 4명의 화랑(영랑 안상 남망 술랑) 중 영랑이 이 호수에 이르러 설악산 울산바위와 호숫가에 웅크린 범바위가 잔잔한 수면에 비치는 모습에 도취해 무술대회도 잊고 풍류를 즐겼다는 데서 영랑호(永郞湖)라 부르게 되었다는 얘기다. 고려시대에는 관동별곡으로 유명한 안축(安軸)의 시에도 등장한다.

‘영랑호에 배 띄우고(永浪浦泛舟)’의 마지막 대목은 ‘옛 신선 다시 온다면, 그를 따라 놀리라’로 끝난다. 여유로운 풍취가 가히 신선처럼 노닐만한 곳이라는 뜻이겠다.

영랑호는 둘레 약 8km로 석호로는 국내 최대규모다. (2개 호수를 합하면 고성 화진포호가 가장 크다.) 호수를 따라 벚나무와 느티나무 그늘이 짙고, 산책로를 잘 닦아 놓아 걷기에도 자전거를 타기에도 더없이 좋다.

요즘 같이 날이 더울 땐 2015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스토리 자전거’를 타 볼만하다. 스토리 자전거는 일선에서 퇴직한 시니어가 주축이 돼 설립한 사회적 기업으로, 3인용 자전거 뒷자리에서 문화해설사의 재미난 설명을 들으며 영랑호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스토리 자전거는 영랑호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온다. 가장 먼저 속초8경 중 하나인 범바위를 지난다. 얼핏 큰 거북 같기도 한데, 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한다. 범바위를 지나면 잔잔한 호숫가에서 잠시 쉬어간다. 투명한 수면 아래 손바닥만한 물고기가 한가로이 헤엄치고, 무성한 수풀 주위로 흰뺨검둥오리가 쉬고 있다.

화랑체험공원을 지나 범바위 맞은편에 이르면 호숫가 수변공원으로 내려가 또 한번 쉰다. 멀리 울산바위 뒤편으로 구름을 인 설악능선과 살랑대는 물살이 한없이 아늑하고 평화롭다. 물살이 잔잔한 아침이면 수면에 비친 산세의 모습이 더욱 선경이란다. 둘레길은 바다와 호수를 구분 짓는 제방을 지날 때 잠시 땡볕이지만, 이 구간을 통과하면 다시 아름드리 잎갈나무 그늘로 들어선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쉬는 시간이 짧은 것이 다소 아쉬운데, 깔고 앉을 수건과 간단한 음료를 준비한다면 멋진 소풍이 될 듯하다.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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