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원전 시비

2017-07-2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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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光束)에 비유한다면 지나칠까. 문재인 대통령이 잇달아 내놓고 있는 개혁조치, 그리고 그 몰아붙이는 스피드 말이다.

답답했었다. 그칠 줄 모르는 세월호 논란에, 국정농단 스캔들. 그런데도 변함이 없는 최고 권력자의 유체이탈 화법. 그 오랜 체증, 피로감을 확 가시게 해준 것은 취임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과감한 행보에, 잇단 개혁조치였다.


하여튼 숨 가쁘게 이어졌다. 그 결과는 유례없는 80%대의 고공지지율이다. 전 국민의 박수갈채. 그 가운데 뒤이어 발표된 것이 탈원전 정책이다.

한국의 총 발전량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화력발전 다음으로 큰 비중이다. 발전 단가는 kwh당 50~60원 꼴로 kwh당 200원을 초과하는 유류발전소와 LNG 발전소보다 훨씬 싸다.

경제성에 있어서 상당히 효율적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별다른 사고도 없었다. 그 원전 25기 중 절반에 가까운 노후 원전 11기를 오는 2030년까지 폐쇄할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건설 중인 신고리 5, 6기 건설을 중단시킬 공론화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탈원전 드라이브는 ‘원전은 불안하다’는 추상적인 추론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부분적인 관리부실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방사능 유출이나 중대형 안전사고는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한국의 원전기술, 안전도는 세계 톱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국, 일본, 인도 등 탈 원전을 시도했던 나라들도 다시 원전으로 돌아오고 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 447기 중 40년 이상 된 원전은 101기에 달하고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계속 수명을 연장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왜.

과거 체르노빌 사건, 최근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이 한번 사고가 나는 날이면 그 피해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인구가 조밀하고 국토면적이 좁은 한국에서는 특히. 거기다가 경제성장 둔화로 전기수요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탈원전드라이브를 내건 주 이유들이다. 나름 타당성이 있다. 문제는 왜 그토록 서두르는가 하는 것이다. 원전건설 중단 공론화위원회 구성부터가 그렇다. 위원장은 진보계 인사다. 그리고 위원들 중 원전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에너지원 확보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때문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에너지 정책이다. 탈원전 문제도 그렇다. 환경문제만이 아니라 미래의 에너지 수요, 더 나아가 에너지 안보까지 계산해 해답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독일은 탈 원전으로 가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스위스는 30년이 걸렸다. 탈원전은 1~2년 만에 결정을 내리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의 8차 전력 수급 안을 올해 안에 확정하는 등 향후 50년의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한 것이다. 왜 그토록 서두르고 있나.

유례가 없는 80%대 고공지지율과 무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은 바로 국민의 뜻이다’는 자만에다가 다른 한편으로는 ‘갈채 중독증’에 빠져든 결과가 아닌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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