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에 정착하였는지, 아직 정착 중에 있는지를 아는 방법은 그가 여름휴가를 제대로 갖는지 안 갖는지를 보면 된다. 미국인은 반드시 여름휴가를 2-3주 갖는다. 휴가는 놀고 쉬는 시간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힘을 비축하는 시간이다. 국제여행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휴가를 안 갖는 사람의 이유가 몇 가지 지적되었다.
첫째는 경제적으로 너무 여유가 없는 사람이고, 둘째는 소위 일 중독자이다. 그들은 주말은 따분하고 월요일 아침에 기운이 나는 이상한 족속이다. 그들은 일과 결혼하였다. 메트로폴리턴 보험회사의 조사에 의하면 이들 일 중독자에게 정신적인 불안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언제나 쫓긴다. 규칙생활을 주장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매우 엄격하여 호감을 주지 못한다. 주말조차 가족과 함께 지내지 못하여 아내와 자주 충돌하고 아이들을 몰아 부친다.
휴가를 거부하는 셋째 이유는 경쟁에 대한 두려움이다. “일을 잃지나 않을까? 진급이 더디지나 않을까? 집, 자동차, 주식 등에서 친구들보다 뒤떨어지지 않을까? 등의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Today's Health 지는 이런 휴가 없는 족속에 대하여 이렇게 평하였다. ”그들에게 가정불화가 많다. 직장에서 실수를 자주 범한다. 약속을 잘 잊고 동료와의 마찰이 잦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의사 키데라 박사는 지난 4년간 회사원의 건강 실태를 조사하였는데 휴가를 충분히 갖지 않는 사람들이 혈압과 맥박이 높으며, 신경질환이 많고, 수면부족이었다고 한다. 메트로폴리탄 보험회사의 조사에서는 휴가를 안 갖는 족속에게 변비 설사 소화불량 정신장애가 많음이 발견되었다.
나는 가끔 “신이 사람을 창조할 때 인간은 쉬는 시간에 성장하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정신적 성장이나 남길만한 업적 등은 바쁘게 뛰어다닐 때가 아니고 휴식과 독종(獨存)의 시간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바흐의 웅장한 오르간 음악들은 오선지에 악보를 기입하는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족들이 잠든 밤중에 바흐가 숲과 언덕을 산책하는 모습을 사람들은 자주 보았다. 사람들은 그를 고독한 사람으로 오해하였다. 고독과 독존은 다르다. 바흐의 음악들은 별을 바라보며 밤과 사귀는 그 시간에 이미 작곡된 것이다.
창조자가 칠일에 하루씩 안식일 곧 쉬는 날을 주셨다는 놀라운 사실은 먼저 과학자들이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주일에 하루, 주기적인 쉼은 정신 건강에도 좋고 몸에도 좋다. 계명을 받은 유대인들과 성서의 전통을 이어받은 기독교도들이 7일에 하루를 쉬며 하나님을 예배하는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은 수 천 년 동안 이어진 종교적 규율이지만 과학적으로도 건강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다.
항만은 배의 안식처이다. 고요한 휴식을 주는 곳이다. 배에게 쉴 만한 항구가 필요하듯 사람에게도 안식이 필요하다. 안식을 통하여 사람은 세파(世波)의 번뇌를 정돈할 수 있고, 새 출발의 에너지를 비축하며 자신을 돌보는 영적 각성의 기회로 삼는다. 화가는 붓을 계속하여 놀리지 않는다. 붓을 자주 놓아야 구도 색채 자신의 예술성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나드 쇼의 명작 희곡 ‘성 요안’(St. Joan)은 프랑스이 성녀 잔 다르크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인데 이런 대사가 나온다. 찰스 왕이 잔 다르크에게 말한다. “오 소리, 소리, 어째서 나에게는 안 들리는고? 임금은 나야. 네가 아니야!” 소녀 잔 다르크가 말한다. “들리고 말고요. 임금님이 안 들으시는 것뿐입니다. 임금님은 한 밤중에 들에 나가 앉아 보신 일이 있습니까? 안제루스(천사)가 종을 울려도 임금님은 마음의 문을 닫고 계시기 때문에 들릴지 않습니다. 기도하셔요. 그럼 임금님도 하늘의 음성을 들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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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