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 Independence Day)이 다가온다. 주위에서 “ 이 날 뭐 할거야? ”하고 물어보는 이도 많다. 이민 초년생이라면 바비큐 파티나 단거리 여행을 다녀오겠지만 이것저것 다 해 본 터라 그저 조용히 집에서 쉬고 싶은데 기어코 딸이 바비큐 파티를 한다며 집으로 오란다. 이 아이는 한국학교에 다니던 시절. “코리아 인디펜던스 데이는 언제야?“ 하고 물어 대답이 갈팡질팡했던 기억이 난다.
“글쎄.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을 선언한 날이 독립기념일이니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광복절이 아닐까?” 궁색한 대답에 또 광복절이 뭐냐고 물었었다.
광복(光復)절은 빛을 다시 찾은 날이란 의미 아닌가, 그러면 대한민국의 독립이란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올해 8월15일은 광복 72주년이라 한다. 한국을 따라 뉴욕에서도 광복 72주년 기념식이 한인사회 주요단체마다 치러질 것이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이 8.15해방 기념일을 놓고 정부 측, 역사학자, 언론인들 사이에 저마다 주장이 다르다.
한국은 1945년 8월15일 해방이 되었고 3년간의 미군정을 거쳐 1948년 8월15일 세계만방에 독립을 선포했다. 1949년 8월15일 이승만 초대정부는 제1회 독립기념일을 경축했는데 같은 해 9월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독립기념일이 슬그머니 광복절로 바뀌었다. 이는 완전독립이 아니라 남한만의 독립으로 분단의 의미가 있어서라고 한다. 그러다가 1952년과 53년은 8.15 독립절 기념사로 1954년과 55년은 광복절 기념사로, 부르는 기념일 명칭이 오락가락해 버렸다.
얼마 전 불거진 주장은 해방과 독립은 판이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탄생한 1948년 8월15일이야말로 진정한 생일이라 독립기념일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반면 1919년 대한민국 국호가 처음 사용되고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을 한 3월1일이 독립기념일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국가의 3요소인 국민, 영역(영토, 영공, 영해), 주권이 갖춰지지 않았으니 독립기념일은 될 수 없다고 반대하는 의견도 따른다.
또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을 제정하고 공포한 1948년 7월17일 제헌절이 독립기념일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가 하면 단기1년 10월3일 단군왕검의 조선개국을 기념하는 개천절이 독립기념일이 되어야 한다고도 한다.
사실 세계의 각 나라마다 생일이 가장 중요한 국경일이다. 오스만제국에 반해 독립혁명을 일으킨 그리스는 1821년 3월25일이 독립기념일이고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31년 5월31일,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한 리비아가 1951년 12월24일....멕시코는 1810년 9월16일이 독립기념일이다. 이 날은 미겔 이달고 신부가 스페인을 물리치고 빼앗긴 땅을 되찾자고 ‘돌로레스 선언’을 외친 날이다. 신부는 독립 투쟁 중에 투옥되어 순교하고 이후 멕시코는 독립했다.
이처럼 나라마다 민중 봉기가 이뤄진 날이나 독립을 가져온 계기가 된 날이거나 의미가 가장 깊은 날을 독립기념일로 정했다.
미국도 13개 식민지의 주민들이 영국 왕과 의회의 부당한 대우에 격분하여 독립을 선언한 날은 1776년 3월4일 제3차 대륙회의에서이다. 그후 7월4일 토마스 제퍼슨이 작성한 독립선언문이 회의에서 승인되었다. 이날이 독립기념일이 되었다.
한국의 생일도 제대로 정할 때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관계자 및 정부요인들과 손을 맞잡고 제창함으로 그동안 빚어 온 모든 논란을 잠재웠었다. 그동안 합창공연 형식으로 하라, 부르던 안부르든 자유다, 다른 노래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등등 얼마나 시끄러웠던가.
이참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독립기념일을 재정립, 뉴욕의 우리들도 헷갈리지 않고 자손들에게 한국의 생일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게 하기 바란다.
<
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