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글] 스마트폰 없던 일주일
2017-06-29 (목) 12:00:00
방무심 / 프리몬트
아침에 눈 뜨면 스마트폰부터 점검하는 게 일상이 돼버린 것이 요즘 현대인들의 생활이고 나 역시 비슷한 생활로 하루의 시작이 된다.
며칠 전부터 스마트폰 화면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힘주어 움켜쥐어야만 간혹 작동하다가 드디어 멈추었다. 모처럼 전화 없는 한가한 생활이 찾아 왔으니 적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눈은 고장 난 핸드폰을 향하게 된다.
때로는 갑자기 갑갑해지며 허전하기도 해서 친한 친구를 잃은 듯했다. 아들 녀석이 주말에 와서 고쳐 볼 때까지는 불편을 참고 지내기로 했다. 그 며칠 사이에 생활에 긍정적 변화를 체험하게 되었다. 전에는 어쩌다 하루의 마지막 일과인 알람을 끄지 않고 잠이 들기도 했었다. 고국에서 오는 한밤중 ‘카톡’ 소리의 놀라움과 머리맡에 두는 습관으로 인해 자주 만지는 핸드폰에서 해방이 되니 숙면을 할 수 있어 좋았다.
핸드폰 들여다보고 답장하던 시간이 없어지니 그동안 주변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고 뒤늦게 미루어 두었던 일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답장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초조함이 줄었다는 점이다.
심심할 때는 평화로운 음악을 틀어놓고 지나온 날을 회상하는 시간도 갖게 된 것은 덤으로 얻게 되는 기쁨이다.
나와 통화가 안 되는 걱정으로 집사람에게 걸어온 친구분에게는 본의 아니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름대로 값진 며칠을 보냈다. 드디어 주말이 되어 아들이 오는 날이다. 토요일 아침에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여기저기 손을 보다가 정상적인 작동 방법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쓸 만하게 해 주었다.
다음날 일요일이다. 녀석은 슬그머니 나가더니 새 휴대폰을 사 들고 와서 건네준다.
아! 이제는 새로운 휴대폰과 함께 나의 정든 곳으로 소풍을 떠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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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무심 / 프리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