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연리뷰] SF오페라의 ‘Rigoletto’

2017-06-23 (금) 12:00:00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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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SF오페라의 ‘Rigoletto’
리골레토는 한마디로 재미있는 오페라이다. 여기서 재미란 대중적인 의미의 흥미를 자극한다는 뜻만이 아니라 사람의 시청각을 황홀하게 이끌어가는 마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하인드 스토리(뒷 이야기)로서, 이 오페라는 원작자 빅톨 위고가 이 작품이 오페라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대본을 훑어본 뒤, 시쳇말로 ‘까 뒤집어 놓았다’며 뿔이나서 이 오페라는 절대 만들어져서도, 공연되어서도 안 된다며 소송까지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결국 패소했고, 마지못해 오페라를 본 위고는 한마디로 자신의 주둥이를 손으로 치며 열나도록 반대했던 자신의 행위를 후회했다고 한다. 대문호… 그것도 고집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위고의 마음을 바꾸게 한 ‘레골레토’의 숨은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기대하시라.

마치 신파극이라도 개봉하듯 베르디 역시 이 작품을 광대마냥 선전하고 다녔다고 하는데 과연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상상을 초월하는 성공에 베르디는 전 유럽에 자신의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물론 돈 방석에도 올라 앉는, 성공신화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리골레토’는 과연 어떤 오페라인가? 우선 극적으로 될성부른 오페라였다. ‘환락의 왕’ 이라는 시대적으로 그릇된 사회상을 까발리는 시니컬한 맛도 있었지만 리골레토라고 하는 어릿광대이자 꼽추의 이야기가 페이소스를 자극하고, 거기에 베르디의 탁월한 음악성마저 감동을 주고있다.

마치 하늘이 내려 준 선물이라고나할까. 베르디로서도 그때까지는 작곡가로서의 진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리골레토’ 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소리꾼들의 득음이라고나할까, 오페라사의 BC와 AD를 구분짓게 하는 분수령으로서, 서구 오페라는 리골레토부터 비로소 극음악으로서의 그 진정한 진보를 맛보게 되었다.

▶배역에 맞는 성악 (파트) 배치 ▶대중이 쉽게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지루한 대사(레치타티보)의 배재 ▶모든 노래들이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서 노래하게 했으며 ▶ 극적인 선율을 중시하면서도 아름답고 서정적인 아리아를 대거 삽입 ▶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이 부르는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 ▶4막의 4중창 ‘Bella figlia dell'amore’ 그리고 ▶ 리골레토의 딸 질다가 부르는 아리아 ‘Gualtier Maldè!... Caro nome’ 등은 이 오페라의 트래드 마크 같은 작품들이었다.

초연은 1851년 3월 11일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이루어졌는데 가에따노 마레스가 지휘를 맡았다. 미국에서의 초연은 1855년 뉴욕 아카데미 오브 뮤직, 그리고 SF에서의 초연은 (SF 오페라에 의해)1923년에 이루어졌다.

SF 오페라는 1923년 이후 올해로 총 34차례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테너 유씨 비오링, 리차드 터커, 스테파노 등이 다녀갔고 이번 여름 시즌은 신예 Pene Pat이 만토바 역을 맡아 열창했다.

무대는1997년에 만든 작품을 5회 연속 이어가고 있는데 변화없는 무대는 다소 언론에 까였지만 성악 부문에서는 호평받고 있다. 지휘의 음악감독 니콜라 루이소티, 주인공(리골레토)역 바리톤 Quinn Kelsey등이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이외에도 질다역의 소프라노 Nino Machaide, 만토바역의 Pene Pat등도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3막의 4중창과 화이널 2중창 등이 오케스트라와의 성공적인 화음을 이루며 기립박수를 받았다. 리골레토는 만토바(공작)의 어릿광대이자 곱추인데 숨겨둔 딸 질다가 있었다. 만토바는 여자들을 닥치는대로 건드리는데, 학생으로 변장하여 질다까지 유혹, 서로 사랑하게 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칠이라는 자객을 시켜 공작을 죽이기로 작정하지만 이 계획을 미리 안 질다가 공작대신 자신을 희생시킨다는 내용.

▶남은 공연 : 6/27, 7/1, SF 오페라 하우스(301 Van Ness Ave. S.F.,)
www.sfopera.com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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