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속불식 무익어기(有粟不食 無益於饑)

2017-06-22 (목) 08:15:05 그레이스 김 Grace Home Realty & Inves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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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에, 바이어 K가 로케이션이 좋다며 꼭 보고 싶어 했던 집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집에는 락박스가 없는데다 살고 있던 테난트는 전화도 잘 받지 않았고, 어쩌다 통화가 되면 바쁜 K 가 원했던 시간은 그들이 거부하고, 그들이 원하는 시간과 날짜는 K가 맞출 수가 없어서 집을 보지도 못한채 시간은 흘러갔고, 얼마 후 그 집은 우리에게 잊혀진 집이 되고 말았다.

물건 파는 가게는 장사가 잘되려면 일단 많은 사람들이 그 가게를 들락 거려야 한다.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는 항상 열려있어야 좋다. 가게 문을 다른 날보다 일찍 닫게 되면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영업시간을 늘리면 새로운 손님들도 오게 될 것이다. 가게에 들어서는 사람마다 다 무엇인가를 사지는 않는다 해도, 일단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가게는 늘 매상이 좋다.

팔려고 내놓은 집도 마찬가지이다. 내 집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바이어 에이전트들은 통상 바이어에게 보여 주고 싶은 몇 채의 집을 골라 셀러들에게 차례차례 쇼잉 시간대를 알려 주게 되는데, 이때 셀러는 무조건 이에 응하는 것이 집을 파는데 유리하다. 예를 들어 그 시간에는 컨퍼런스 콜이 있어서, 혹은 아이가 자는 시간이라서 안된다와 같은 여러 이유로 다른 날에 와 달라고하게 되면, 결국 가게에 오려는 손님을 막는 것이고, 그 손님을 떠나보내는 것이다.


시간이나 요일, 하루 전 노티스같은 여러 제한들, 혹은 락박스가 없어 바이어들이 쉽게 볼 수 없는 집은, 결국 마켓에서 오랫동안 팔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집 팔기를 원하는 집주인은 임대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락박스를 걸어 집을 내놓을 수 있고, 테난트들은 이기간 동안에 바이어들이 언제든 집을 잘 볼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는 규정이 리스에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이 있다고 해서 테난트가 사는 집의 문턱이 빈 집이나 주인이 사는 집과 같지는 않다.

셀러가 락박스를 설치하지 않고 어포인트먼트에 의해서 직접 보여 주려는 집도 잘 팔리지 않는다. 바이어 에이전트는 셀러가 없는 집에서 그들의 손님에게 자유롭게 집을 보여주기를 원하기도 하고, 한 두 집을 보는 것도 아닌데 한 집을 위해서 셀러와 바이어 그리고 에이전트까지 같은 시간에 약속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집은 그만큼 팔리기도 힘든다.

마켓에 나와 있는 집은 대부분 하루 여덟 시간 정도의 쇼잉 시간을 정하고 있다. 한 시간 만 더 일찍, 한 시간 만 더 늦게 영업시간을 늘려도 가게의 매출이 오르듯이, 집을 파는 일도 바이어가 볼 수 있는 시간대를 늘리면 보러 오는 사람도 늘어난다.

하우스 파티가 있어서 집을 보여 줄 수가 없고, 고양이가 밖으로 튀어 나갈 수도 있으니 락박스를 사용하지 말라는 셀러도 있다. 집을 잘 팔고 싶은 간절함이 없는 셀러의 집은 사실 바이어들에게도 별 감흥이 없다.

지난봄에 잊혔던 그 집이 오늘 다시 마켓에 나왔다며 K가 먼저 알려 왔다.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쉽게 어포인트먼트를 할 수 있었다. 그쪽 상황은 필요 없이 우리 상황에 따라 집을 빨리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결국 K는 이제 곧 그 집의 주인이 된다.

‘이 집은 더 이상 내 집이 아니며 날마다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빈 매장이다.’라는 각오로 임하는 셀러는 집을 빨리 판다. ‘유속불식무익어기’ ( 有粟不食 無益於饑)다.

문의 (703)891-8500

<그레이스 김 Grace Home Realty & Inves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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