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출범 40일에 불과하다. 그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그렇게 보인다. 처음에는 상당히 신선해 보였다. 특히 조국 교수의 발탁이 그랬다.
진보세력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를 권력의 핵심부서인 청와대 민정수석에 기용했다. 그 자체가 청량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탕평(蕩平)의 노력이 엿보인다. 때문에 쏟아진 찬사는 ‘원모심려(遠謀深慮)의 인사정책’이라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그런데 점차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흠결투성이라고 할까. 그런 인물들을 잇달아 등용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그 한 케이스로 안 후보자의 사퇴는 예고된 인사 참사나 마찬가지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도 논문 표절, 임금 체불 등 ‘화려한 경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안보 외교라인 인선도 파행의 연속이다. ‘사드배치문제를 놓고 경솔한 발언에, 또 무분별한 처신을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 안보실장에게 퍼부어지고 있는 비난이다.
압권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돌출발언이다. 그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하고 한반도에 있는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를 축소할 수 있다”고 공개발언을 한 것.
그렇지 않아도 사드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워싱턴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 안보특보라는 사람이 ‘외교안보폭탄’을 던진 격이다.
정 실장은 문재인정부의 명실상부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다. 문 특보는 브레인이다. 이런 그들의 경솔한 발언과 처신으로 내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교참사’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인사가 ‘밀어붙이기’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인 의식은 물론 외교역량까지 의심받고 있다. 그런 강경화 외교부 장관임명 강행에서 보듯이. 왜. 문득 떠올려지는 것이 있다. 휴브리스(hubris)라는 단어다.
그리스어에서 나온 이 단어의 원래 뜻은 ‘신의 영역에 다다르려는 오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휴브리스를 역사학자 토인비는 성공체험의 우상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해 유명해졌다.
정권을 잡은 창조적 소수가 자신들의 ‘한 때의 성공방식’을 절대적 진리인 양 고집할 때 뒤따르는 것은 갈등과 실패다. 이점을 지적한 것이다.
과거 진보진영은 ‘민주화 운동 휴브리스’에 빠져 반독재 투쟁하듯 국가를 경영하다가 실정의 쓴맛을 톡톡히 보았다. 박근혜 정권은 ‘산업화 성공 휴브리스’에 빠져 탄핵상황을 자초했다.
휴브리스가 그렇다. 국제정치에서는 때로 전쟁의 원인이 된다. 새로 부상하는 파워가 휴브리스에 빠질 때 특히 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일찍이 내린 경고다.
또 다시 도지는 휴브리스 증후군(The Hubris syndrome).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한 안보환경에 처한 한국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혹시 한미동맹의 균열이 아닐까. 그래서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