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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서 놀고, 땅속을 보고, 역사를 거닐다

2017-06-16 (금) 단양=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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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돗자리 펴면 그 곳이 여행지, 충북 단양

하늘서 놀고, 땅속을 보고, 역사를 거닐다

양백산 정상에서는 남한강이 휘감아 도는 단양읍내가 한눈에 보인다. 패러글라이딩 출발점이기도 하다. <충북 단양=최흥수기자>

“돗자리만 펴면 어디든 여행지죠.” 김사옥 단양문화관광해설사의 자부심이다. 지역 자랑에 어느 정도 과장이 있겠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현재의 단양읍은 1985년 완성한 갓 30년 넘은 신도시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기존 군청소재지에서 1,800여 가구가 이주했다. 위치는 충주호 상류 남한강이 휘돌아 나가는 대성산 자락이다. 읍내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고수동굴이고, 도담삼봉이 차로 5분 거리다.

’인증샷’이 먼저다. 활공 시작 전 단양읍내를 배경으로 찰칵!


단양읍내 자체가 관광지라 해도 틀리지 않다. 강줄기를 따라 위아래로 나 있는 산책로의 정취는 웬만한 관광지에 뒤지지 않는다. 그 강 따라 숙소와 카페가 들어서 있고, 밤이면 아쿠아리움을 중심으로 야경이 아름답다. 번잡하지도 않아 가족이든 연인이든 야간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대형 휴양 숙박시설인 대명리조트가 읍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이유도 이러한 장점 때문이다.

강 맞은편 양백산(664m) 정상에 오르면 단양읍내를 유유히 감싸고 도는 물줄기와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까지 찻길이 나 있지만 임도를 포장한 수준이라 좁고 가파르고 굴곡이 심하다. 산길 운전에 서툴다면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 산 정상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바람 방향에 따라 읍내 혹은 반대편 소백산 쪽으로 날게 되는데, 7~8분 비행 후 착지지점은 읍내 강변으로 동일하다. 단양레저관광에서 운영하는 패러글라이딩 체험 비용은 10만원 수준이다.

‘바보 온달’ 말고 ‘온달 장군’으로 불러주오

단양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소는 영춘면에 위치한 온달관광지다. 설화 속 인물로만 알고 있던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가 이곳에서는 당당한 역사 속 인물이다. 관광지는 크게 촬영 세트장과 온달동굴, 온달관, 온달산성으로 구분된다. 4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입장료는 5,000원,

세트장은 중국의 수ㆍ당 시대 건물을 재현했다. 애초 드라마 촬영이 아니라 중국에 가지 않아도 중국을 맛볼 수 있게 할 목적으로 지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삼국시대를 무대로 한 드라마 촬영이 이어지면서 극중 시대 상황에 맞게 외형과 색깔이 조금씩은 달라졌다. 황궁지역, 귀족지역, 저잣거리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밖에서는 단순해 보이지만 55채의 건물을 오밀조밀하게 배치해 문을 지날 때마다 색다른 모습을 만난다. 황제의 집무실인 조원전(朝元殿)에서는 의복을 대여해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세트장을 돌아나오면 온달동굴로 이어진다. 이 지역 특유의 석회암동굴로 쪼그려야 하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왕복 800m의 통로를 따라 힘들이지 않고 관람할 수 있다. 이름난 동굴에 비해 석주ㆍ석순 등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바닥을 흐르는 청량한 물소리가 동굴을 신비로움으로 가득 채운다.
하늘서 놀고, 땅속을 보고, 역사를 거닐다

온달산성 뒤편으로 펼쳐지는 태백산 줄기.


온달산성에 서면 태백의 줄기가 첩첩이…

온달산성 바로 앞으로 중요한 교통로였던 남한강이 흐른다.


온달산성은 관광지 입구에서 약 1km 거리지만 가파른 계단이어서 30분은 걸어야 한다. 적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하기 좋은 군사기지는 당연히 최고의 전망대다. 반달 형태로 곡선이 아름다운 성곽에 오르면 영춘면소재지의 집과 논밭이 아늑하게 자리잡은 뒤로 태백산 줄기가 첩첩이 이어진다. 코앞으로는 영월을 거쳐온 남한강 줄기가 크게 휘돌아 단양으로 흐르고, 뒤편은 소백산의 우람한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있다. 높이에 비해 풍경이 웅장하고 넉넉하다.

가장 크고도 소박한 절
한국 천태종의 본산, 구인사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초파일이면 이름난 절간 하나 찾게 된다. 온달관광지에서 약 3km 떨어진 산자락에는 한국 천태종의 본산 구인사가 둥지를 틀고 있다. 미리 말하면 아담함과는 거리가 멀다. 국내 사찰을 통틀어서 손에 꼽을 만큼 큰 절이다. 주차장에서부터 맨 꼭대기까지는 약 1.5km, 일주문에서 시작해도 500m 가까이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50여 채의 전각이 소백산 계곡 하나를 통째로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무려 1만 명이 상주할 수 있는 규모지만, 항공사진이 아니면 전체 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운 지형에 자리잡았다.

구인사에는 최고 7층에 달하는 대형 건물이 많다.
기와와 처마 등 외형은 한옥의 형태를 차용하고 있지만, 기본 골격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좁은 계곡 양편으로 최고 7층에 이르는 건물들이 빼곡해 전각을 연결한 다리에서 보면 중국 영화나 사극 세트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규모에 비해 치장은 요란하지 않고 수수해 산자락의 아늑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단, 맨 꼭대기 대조사전(大祖師殿)은 예외다. 구인사에서 유일한 목조건물일 뿐만 아니라 웅장하고 화려함도 단연 으뜸이다. 외관은 3층이지만 내부는 천장까지 툭 트인 점도 특이하다. 전체 건축은 신응수 대목장이 지휘했고, 오세필 기와장인이 15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개발한 은은한 황금기와로 지붕을 장식했다. 전각 내부에 초상을 안치한 상월대조사는 500년 가까이 맥이 끊긴 한국 천태종을 복원하고, 1945년 이곳에 처음으로 구인사를 창건한 인물이다.

짧은 기간에 이만한 불사를 이루었으니 일부에선 ‘주식회사’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구인사는 생활불교 도량으로서의 명성도 높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행하는 ‘주경야선(晝耕夜禪)’을 실천하는 사찰로, 수많은 관광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식사도 직영 농장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로 충당하고 있다. 특히 50명의 스님이 배추 4만 포기로 5일 동안 김장을 담는 행사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하늘서 놀고, 땅속을 보고, 역사를 거닐다

온달동굴 내부의 석순. 왕복 800m로 걷기에 부담이 없다.



<단양=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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