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는 장승
2017-06-15 (목) 08:12:10
이봉호 게이더스버그, MD
‘6시 내고향’ 프로를 보노라면
잘 익은 막걸리 냄새가 코 가까이 풍긴다.
냉장고를 뒤적거려 반 남은 술병을 기울이면
누런 보리 이삭 영그는 고향이 잔속에 출렁인다.
거세게 불던 이민 계절풍에 휩쓸려
동쪽 낯선 대지에 철새로 날아들어
강산이 변할 만큼 지친 시간 흘렀는데도
거센 바람을 삼키며 견뎌야하는 줄만 알았지
처음 벙어리 사년에 귀머거리로 또 오년
입과 귀를 막아버린 불통의 시간들이
거꾸로 날아서 과녁에 겹으로 꽂힌 채
몇 장의 사진으로 시공을 메우며 달래곤 있지만
아픔을 찍는 순간마다 되살아나는 향수는
가마솥 가득 가득 퍼내어도 가시질 않는다.
무궁화 다투어 피는 여름만 되면
꽃술 언저리 매달린 아리랑 가락이 피어난다
난 아직도 황막한 사막 복판에 장승으로 세워져
몸은 자꾸만 내 고향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봉호 게이더스버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