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한용운(1879-1944)
She is gone. Alas! my dear lover has left. To the maple woods,
Through the green forest, tracking on a narrow pathway
She just walked away. Nor help of the carriage but on foot.
The pledge once was so hot, sparkling like a golden flower
Now being cooled off to the dust, has gone with the breezing wind.
The memory throws up high, the first kiss of fire, has it altered
My destiny backwards. Thus she vanished.
I was blind at her flowery image
And was deaf to her aromatic voice
Love can be an event, though I was keen
And cautious about our separation
Her departure, however was truly unexpected
My broken heart burst into a new total grief
영문번역(변만식)
19세기 한국문학의 여명기를 살았던 한용운은 시인이었다. 그는 3.1.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였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한문시의 형식을 과감히 버리고 순수 우리글로 신체시라 부르던 산문시를 쓰기 시작한 근대 한국문학의 선구자였다. 호는 남해. 최남선, 이광수를 한 세대 앞서간 스승이다. 그의 필치에는 열정이 있고 패기에 찬 호연지기상을 엿볼 수있다. 님의 침묵은 세속적인 갈등속에서,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진다는(會者定離) 진리를 일깨워주는 쓰라린 교훈이기도 하다. 혹시나 하던 님과의 재회도, 조국광복의 감격도 보지 못한채 65세의 천수를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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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만식 윤동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