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SBO (에이전트 없이 집 팔기)
▶ 예상 못한 실수로 법정 휘말리기 일쑤…시세 정보, 마케팅 부족으로 되레 손해도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셀러 A는 수수료를 아끼겠다는 생각에 직접 집을 팔기로 했다. 나름대로 시세 조사를 해서 바이어를 찾았고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맺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놓은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무려 10만달러나 낮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세 보고서를 잘못 이해해서 가격을 잘못 매긴 것이다.
이미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해지하려면 수만달러의 벌금을 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10만달러나 밑지고 팔아야 한다. 바이어가 넘쳐나면 이처럼 직접을 집을 팔려는 셀러(FSBO: For Sale By Owner)가 내놓는 매물이 늘어난다. 온라인 부동산 매체 ‘인맨뉴스’는 그러나 FSBO에 따른 손해가 오히려 많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 사기에 쉽게 휘말려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롤리 쥬디(가명)는 구입 조건과 딱 맞는 FSBO 매물을 접했다.
셀러와 부동산 에이전트를 거치지 않고 디파짓 3,000달러를 선납하는 조건으로 구두 구매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디파짓을 받자마자 셀러의 태도가 돌변했다. 집을 팔지 않겠다고 하며 디파짓을 받은 사실도 부인했다. 계약서도 없고 영수증도 없어서 쥬디는 결국 3,000달러를 고스란히 날렸다.
만약 에이전트를 거쳐 계약을 맺었다면 마음에 드는 집을 사지 못했더라도 3,000달러에 달하는 디파짓은 돌려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FSBO와 관련된 사기 행태는 이뿐만 아니고 셀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가짜 감정가 서류, 가짜 대출 서류 등 문서 위조 사기가 흔하다.
외국인 바이어가 필요 이상의 거액의 디파짓을 부도수표를 이용해 보낸 뒤 환불을 요청하는 사기로 셀러를 울리기도 한다.
■ 셀러가 덤터기 쓰기 쉽다
부동산 업계처럼 법정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야가 없다. 거래 경험이 풍부하다는 에이전트도 예상치 못한 실수로 법정 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흔하다. 셀러가 집을 직접 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모두 셀러의 책임이다.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송에 노출될 가능성도 훨씬 높다.
셀러가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매물 조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잘 일어난다. 목재 마루라는 셀러의 설명을 믿고 구입 계약을 체결했는데 실제 원목이 아니라 인조 목재로 밝혀지면 곧장 소송감이다. 대부분의 에이전트는 ‘책임 보험’(E&O Insurance)에 가입돼 의도치 않은 실수가 발생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셀러의 경우 모든 책임을 직접 떠 안아야 한다.
■ 이해가 쉽지 않은 서류 내용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집을 직접 판 셀러들이 꼽은 가장 어려운 점은 거래 서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집을 사고 팔 때 필요한 서류는 구매 계약 서류만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주택 조건을 공개하는 서류를 포함 수십장에 달하는 서류들이 주택 거래 기간동안 셀러와 바이어 사이를 오간다.
방대한 분량의 서류를 검토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각 서류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셀러는 더욱 드물다. 서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따른 실수 역시 전적으로 셀러의 책임이다.
■ 절약은 커녕 오히려 손해
NAR의 2015년 조사에서 에이전트를 통해 매매된 주택의 중간 가격은 약 24만9,000달러였지만 셀러가 직접 판 주택의 가격은 약 21만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수수료 비용을 절약하겠다는 FSBO의 목적은 간데 없고 오히려 손해만 막심하다는 조사 결과다.
집을 직접 팔 때 제값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문 에이전트보다 시장 이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낮은 가격에 집을 내놓기 쉽고 적절한 매물 홍보 전략도 없어 매물의 상품성을 떨어뜨릴 때가 많다.
■ 매매 기간만 늘어나
FSBO 매물의 매매 기간이 길다는 점도 단점이다. 주택 매매시에는 시간이 곧 돈이다. 매물로 나온 집이 팔리지 않게 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는 떨어진다. 매물을 내놓은 뒤 단기간 내에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최대한 빨리 팔아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FSBO매물의 매매 기간은 오히려 긴 것으로 조사됐다.
NAR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매매된 FSBO 매물중 약 18%는 목표했던 매매 기간내에 매매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FSBO 매물중 일부는 지인들에게 빨리 팔리기도 하지만 이미 바이어가 정해진 경우에는 매매 가격이 더욱 낮았다. 2015년 지인들에게 팔린 FSBO 매물의 중간 매매가격은 약 15만1,900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 마케팅 역량 부족
마케팅 역량이 부족하다 점도 큰 단점이다. NAR의 조사에 따르면 FSBO셀러의 약 42%가 앞마당 ‘For Sale’ 판매 사인을 유일한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했다. 약 32%는 친구나 친척 등 지인을 통한 마케팅 전략에만 의존했고 약 15%는 소셜 미디어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했다.
매물 리스팅 서비스인 MLS에 비용을 지불하고 매물을 올린다고 해도 기대했던 마케팅 효과는 높지 않았다. MLS를 통해 에이전트들에게 매물을 노출시켜도 수수료가 제시되지 않는 한 거래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 수수료로 절약한 비용 다른데서 샌다
수수료로 아낀 돈이 다른 비용으로 새어나가기 쉽다. 판매 사인 구입비, 홍보용 전단지 제작비, 매물 사진 촬영비, 계약서 서류 구입비, 에스크로 서비스 비용 등 여러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으로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장 큰 비용이다. 집을 직접
팔아서 비용 절약이 가능하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과 노력이라는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지 따져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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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