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오월, 한인타운 화랑가는 오랜만에 풍성한 전시회로 한인 미술애호가들을 초대하고 있다. 갤러리 웨스턴(관장 이정희)이 고 임규삼(1917~2008) 화백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개최한다. 또, LA다운타운에 위치한 ‘윤 스페이스’(관장 윤장균)가 샤론 마치·수잔 코간·박영구·강영일 등 4인전을, 한인타운 인근 갤러리 두아르떼(관장 수잔 황)가 남가주 미술가협회 회원 10인 초대전을, 그리고 ‘커먼웰스 앤 카운슬 갤러리(대표 영 정)가 곽영준 개인전 ‘헤미’(Hermy)를 열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미술 작품들을 즐길 수 있는 타운 전시들을 소개한다.
■ 고 임규삼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전
19~31일 갤러리 웨스턴
한 평생을 작품 활동에 전념한 ‘한국의 서양화 1세대’ 고 임규삼 화백 100주년 기념 유작전이 서울 가나인사아트센터에 이어 LA갤러리 웨스턴에서 열린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인물 연작, 군상 연작, 새 연작, 정물 연작, 추상 연작, 풍경 연작, 드로잉 등의 작품이 전시되는데 고인의 성품 그대로 따뜻하고 자상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인품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임규삼 100주년 기념 전시회’의 도록 발행인 임우방씨는 “올해 2017년은 고 임규삼 화백님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유족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화가의 열정과 창작열로 작품을 남기신 많은 작품을 후세 우리가 감상하고 기억할 수 있는 작품세계를 감상하기 위해 본 전시회와 도록을 준비하게 되었다. 잊혀져가는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감상하고 한 예술가의 영혼과 그림에 대한 사랑 그리고 정렬을 우리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그 어려움 과거의 환경 속에서 70여년을 붓을 놓지 않았던 한 화가가의 세계를 전시를 통해 돌이켜보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개막 리셉션은 오는 19일 오후 5~7시 LA한인타운 갤러리 웨스턴(210 N. Western Ave. #201)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화~토요일 오후 12~6시. 문의 (323)962-0008 (323)717-6975
▶ 고 임규삼 화백은
임규삼 화백은 1917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장원보통학교를 다닐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무엇이든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마당에 산을 만들고 연못을 파는 등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다. 1942년 도쿄의 일본미술학교 유화과를 졸업하고1940년 제14회 신구조사전과 1941년 제12회 독립전에서 입선을 하며 일찍이 작가적인 재능을 인정받아 화단에 등단, 순차적인 작가 생활을 밟아왔다. 해방 후 1949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가 창설된 해 부터 1981년까지 30년을 국전에 출품했다. 1958년부터는 3년간 특선을 차지해 1961년 추천작가가 되었고 74년에는 초대작가가 되었다. 그는 1950년, 안동사범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시작해 용산고, 수도여고, 경기여고등에서1977년까지 사회적 격동 속에서도 꿋꿋이 교단을 지키며 후학을 양성하였고 1978년부터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재외 작품생활을 지속하였다.
임규삼 화백의 작품에는 과거보다는 현재를, 현재보다는 미래를 향한 희망적인 메시지가 강하게 담겼다.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외면적인 모습보다는 내면, 즉 정서에 접근해 들어가는 간접화법을 택하면서 어두운 현실을 어둡게 그리지 않고 밝게 그렸다.
초기의 그림은 향토색이 짙었다. 달, 소 양등을 많이 그렸고 정물로는 석류를 많이 그렸다. 또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성들을 그렸는데 머리에 물동이를 이거나 광주리를 들고있는 구성이었다. 50년대 한국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 그는 작가적 감수성으로 시대상을 통찰하고 특히 한국여성들의 현실적인 정서를 포착했다.
1060년대에는 누드, 정물 그리고 풍경화를 함께 그렸고 대부분이 여성, 아이들로 된 인물화가 많다. 이는 시대상이 작가의 미감에 의해 재해석 되는 정서적 표현을 중시한 것에 대한 반영이며 어머니와 자식이라는 상징으로 희망에 대한 메세지로 읽힌다.
1970년대에 들어서 국가적인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궁핍한 삶으로부터 벗어가게 된 한국 사회에서 그의 작업은 돌연 사실주의 시각으로 변화한다. 1970년 ‘흙빚는 노인’ 1971년 ‘한일’ 그리고 자연경치를 묘사한 일련의 풍경화는 사실주의 화풍을 따르고 있다. 이는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의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추적해온 애잔한 삶의 정서가 70년대 경제적 부를 추구하는 사회풍조에 의해 가려져 더 이상 회화적인 주제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로서는 보다 밝고 희망적인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옮겼다. 현실을 그대로 응시하는 작가적 시선은 인간 삶의 터전으로서의 대자연으로 옮겨지면서 그의 풍경화는 삶의 얘기가 담긴 서정시 같은 느낌을 지어낸다.
1978년 미국으로 이주한 후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색조가 한결 밝아지고 주제나 소재도 밝은 내용이 된다. 무엇보다도 색채이미지가 밝고 맑아졌다. 색채에 대한 감각은 한층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는데 이는 미국 생활에서 느끼는 인상과 감정의 표현이 밝고 쾌할한 색채 이미지로 보여진다. 그러나,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것은 그림의 주제였다. 그의 미의식이 가진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 때문에 인물화나 정물화에서는 한국인, 한국적인 소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1990년이 되어 가족을 테마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과 온갖 동물들의 평화로운 모습으로 표현했다. 노년이 된 작가는 미술은 오래 볼수록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하고 서정적이며 평화로워야 인간의 피폐한 마음을 치유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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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고 임규삼 화백
임규삼 화백 작품 ‘어장의 여인들’(1958)과 ‘소와 여인들’(1974)
■ 샤론 마치·수잔 코간·박영구·강영일 4인전
21일까지 윤 스페이스
‘문턱 없는 갤러리’를 표방하는 화랑 ‘윤 스페이스’(Yoon Space·관장 윤장균)가 선보이는 오월의 전시는 미국과 한국작가 샤론 마치·수잔 코간·박영구·강영일 4인전이다.
샤론 마치(Sharon March)는 뉴욕에서 활동하다가 LA에 정착한 지 3년된 작가이다. 미국과 해외의 인간 관계의 상태에 대한 자신의 고뇌와 생각을 표현하는 그는 이를 캔버스에 옮기기 위해 분노와 두려움을 넘어서는 평온함이 필요했다고 한다. 유채 물감을 사용해 단색의 스펙트럼으로 작업하는 그의 작품은 추상화부터 비유까지 다양하다.
3가 초등학교에서 교감을 지넨 수잔 코간은 한인들의 감성을 잘 알고 있는 작가로 캘리포니아 외곽 지역의 삶이 예술의 창작에 대한 멋진 영감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형형색색의 야생화와 나무들이 온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봄이면 ‘기름에 튀긴 계란’(Matilaja)이라는 꽃을 즐기거나 빨간 열매들이 줄줄이 열려있는 나무 아래에 앉아서 영감을 받는다고.
LA 중견작가 박영구씨는 최초의 식물 원형을 표현하고자 그 영원성과 변함없는 항구성, 태고의 자생력을 강조하는 회상 시리즈를 다시 보여준다. 또, 활발한 전시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영일씨가 최근작을 선보인다.
윤 스페이스 주소 2330 S. Broadway #102 LA 문의 (323)737-6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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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일, 수잔 코건, 샤론 마치, 박영구 작가의 작품들.
■ 정은실·김인철·오지영 등 10인 초대전
25일까지 갤러리 두 아르떼
남가주 미술가협회 회원 10인을 초대해 다양한 소재와 개성 넘치는 작품들로 신록의 계절을 맞는 갤러리 두 아르떼의 전시는 정은실, 김인철, 오지영, 유기자, 박미경, 이나경, 주선희, 써니 김, 수잔 황, 박영구씨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갤러리 두 아르떼 주소 4556 Council St. #A LA 갤러리 개관시간은 화~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문의 (213)700-4225
오지영씨 작품
■ 곽영준 개인전 ‘헤미’
6월24일까지 커먼웰스 앤 카운슬 갤러리
조각가이자 설치작가인 곽영준씨가 두 번째로 갖는 개인전이다. 조각상의 전통을 미니멀리즘과 컨템포러리 퀴어 형식주의로 붕괴시키는 작품을 선보인다.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와 시카고 대학 인문학 석사, USC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녀는 해머뮤지엄과 더 브로드, 레드캣 등지에서 퍼포먼스와 전시를 했다.
커먼웰스 앤 카운슬 갤러리 주소 3006 W. 7th St. Suite 220
곽영준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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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