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티켓

2017-05-07 (일) 11:23:29 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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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을 앞 둔 어느 날, 교감선생님이 우리반에 갑자기 들어 오셨다. 환한 미소를 지우시며 하시는 말씀이 “너희들을 사회로 내 보내며 부모 된 심정으로 부탁할 일이 있어서 이 반에 들어 왔다”며 뜻하지 않았던 말씀을 하셨다. “나는 오늘 너희들에게 화장실에서의 에티켓을 말해주고 싶어서다. 여자든, 남자든 변소(그 당시에 보통 쓰던 말)에 들어가 일을 본 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히 나가는 버릇은 참으로 못된 일이다.”지금은 세상이 좋아져 수세식으로 되어 있어서 손가락으로 버튼 만 누르면 깨끗이 씻겨 내려가지만, 몇 십년 전 만해도 화장실 바닥을 두개의 널판지로 깔아 놓았기 때문에 변을 볼 때에 실수를 하면 여기저기 지저분한 꼴을 볼 때가 있었다.

“그러므로 특히 내 학생들은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다. 일을 본 후에는 꼭 뒤로 돌아서서 내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를 보고 그 점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여기 찔끔, 저기 찔끔 해 놓으면 그 다음 사람이 들어 갈 때는 아주 불쾌한 감정을 갖게 된다.”이렇게 말씀하실 때 우리들은 우스꽝스런 광경을 상상하며 “어떻게 교감선생님이 저런 말씀을 우리에게 하실까? 하며 서로들 쳐다보면서 배꼽을 잡고 교실이 떠나가라 웃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몇십년 전 들었던 그 말씀이 마음에 꽂혀, 고등학교 3년동안 배웠던 어느 교육보다도 평생 잊혀지지 않는 값지고, 살아 있는 교육이라 생각이 든다. 이 미국 땅에서 모든 것이 편리하고 살아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이 살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가끔 공공장소에서 보는 광경이지만 화장실에 들어갈 때 눈살을 찌프리게 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 생기거나, 또는 게을러서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때문일 것이다. 교회, 수영장, 노인센터, 체육관 등, 이런 곳에서 손을 씻고 수도꼭지의 물이 완전히 잠겼나 보고, 또는 수도 주위에 물이 튀었다면 휴지로 잘 닦아서 깨끗한 환경을 만든다면 서로서로에게 좋은 일이라 본다.

맥도널드 같은 곳에서 음식을 먹은 후에 테이블에 널려진 휴지조각, 음식쓰레기를 그대로 남겨두고 가 버리는 한인도 가끔 본다. 자신이 한 일은 남은 모르지만 내 자신은 잘 알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를 위하고 또한 내가 속한 단체를 위하는 길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큰일을 하려면 먼저 작을 일부터 충실해져야 한다. 그래서 항상 무엇을 하던지 뒤를 돌아다보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화장실 문을 나설 때에 손잡이를 만지지 않으려고 휴지를 쓴 후에 그 휴지를 땅에 버리고 나가는 사람도 있으니 그들의 자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게 될는지 걱정이 앞선다. 내가 하는 것을 자식들이 배우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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