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빌홈 예찬론

2017-05-06 (토) 12:00:00 양기택 / 라하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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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남편과 탁구장을 향하며 상쾌하게 동네를 걷는다. 수십년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은퇴하며, 살던 집을 세주고 생소한 이곳으로 온지 5년이다. 300세대가 거주하는 시니어 모빌홈 단지이다.

조그맣지만 졸졸 물소리 들리는 분수대, 9홀의 푸른 베이비 골프장, 크고 깨끗한 풀장에 자쿠지, 실내 운동시설… 웬만한 리조트만큼 시설이 고루 갖춰진 데다 관리 잘 되고 안전한 이곳, 거기다 한국마켓이 3개나 가까이 있어서 이사를 결정했었다.

미국생활 40년, 인생 황혼에 노후를 맞을 마무리 준비로 꽤나 큰 결단을 했던 것 같다. 세월만큼 쌓인 추억의 물건들이 어느 날 너무도 무거운 짐으로 느껴지면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누르기 시작했다. 압박감으로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아파트보다는 크면서 화초 가꾸고 텃밭 만들어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단독주택과 다를 것 없이 편리한 구조의 모빌홈을 선택했다.

작년에는 세주었던 집까지 정리하고 RV 하나 장만해 여행을 다니며 이제는 모빌홈 예찬론자가 되었다. 가끔 한인들이 동네를 돌며 집을 찾고 있을 때면 부동산 에이전트는 아니지만 나서게 된다.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고 이곳에서 만족스럽게 노후를 즐기며 살아가는 선배로서 열심히 조언을 하고 싶다.

<양기택 / 라하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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