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활절 달걀

2017-04-15 (토)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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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부활절이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께서 3일 만에 다시 살아난 날이다. 주님의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부활이 모든 인류를 구원하는 희망의 시작이자 출발점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부활절에는 색색깔의 달걀을 나누어 준다. 이른바 부활절 달걀이다. 왜, 부활절에는 색칠한 달걀을 나누어줄까? 부활절 달걀의 의미에 궁금증이 생겼다. 인터넷 검색에 나섰다. 많은 설이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유래는 찾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달걀은 생명의 끊임없는 연속을 의미한다. 달걀이 병아리가 되고 병아리가 자라 닭이 되어 다시 달걀을 낳기 때문이다. 이런 생명의 끊임없는 연속을 예수의 부활에 비유하고 있다. 단단한 껍질을 깨고 태어나는 병아리의 모습이 마치 죽음이라는 껍질을 깨뜨리고 부활한 예수와 같아서라는 주장도 있다. 로마의 속담인 ‘모든 생명은 알에서부터 나온다’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전설의 고향에 나올법한 이야기도 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갈보리까지 갈 때 잠시 십자가를 대신 져준 구레네 시몬의 직업이 달걀장수였다고 한다. 그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암탉들이 낳은 달걀이 모두 무지개 빛깔로 변해 있었다. 그래서 이후부터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달걀을 부활의 상징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설이다.

아름다운 사연이 깃든 내용도 있다. 이 이야기의 무대는 유럽 십자군 전쟁 당시다. 주인공은 로자린 부인. 부인은 남편이 십자군 전쟁에 나간 뒤 나쁜 사람들에게 집을 빼앗겼다. 산골마을에 가서 살아야 했다. 마을사람들은 힘들게 살아가는 부인을 친절하게 보살폈다. 부인은 마을사람들의 보살핌에 보답하는 뜻으로 부활절에 마을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다.

예수 부활의 상징인 예쁘게 색칠한 달걀도 하나씩 나눠줬다. 그 달걀에는 부인이 직접 쓴 ‘하나님의 사랑을 믿자’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그것은 바로 로자린 집안의 가훈이었다. 그리고 어느 해 부활절. 부인은 길에서 병든 어머니를 찾아간다는 어린 소년을 만났다. 소년을 위로하고 갖고 있던 색칠한 달걀 하나를 주었다. 소년은 어머니를 찾아가던 중 산골에서 병든 군인을 만났다.

소년은 군인을 보살펴주며 부인에게 받은 달걀을 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군인은 달걀에 적힌 글을 보고 너무나 놀랐다. 바로 자기 집안의 가훈이었기 때문이다. 군인은 그 소년에게 물어서 결국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부인은 그 후에도 해마다 부활절이면 자신의 남편을 찾아준 색칠한 달걀을 이웃들에게 나눠주었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오늘 날에도 부활절이면 색색깔의 달걀을 나누어 주며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것이란다.

이외에도 부활절 달걀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이런 풍습은 성서의 문헌상 근거는 없는 교회 전통의 하나라고 한다. 기독교가 오랜 역사성을 갖고 있는 만큼 교회의 의례와 의식에는 성서와 관련 없이 유입된 풍습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달걀뿐만 아니라 백합화도 부활절의 상징이다. 백합화는 기독교에서 순결과 소망을 뜻한다. 부활절 교회 강단에 장식되는 부활의 꽃이다. 부활절 꽃이 된 것은 그 모양이 나팔 같아서다.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온 사방에 나팔 불듯이 전파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부활절이다.

이날은 기독교 성도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성탄절과 마찬가지로 기다린다. 뭔가 기쁨을 주고받는 의미가 있어서다. 부활절 달걀 한 알로도 그 기쁨과 사랑을 주고받기에 충분할 수 있다. 이웃에게 부활의 기쁨을 나눠야 하는 이유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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