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남매 같은 부부

2017-03-25 (토) 05:53:24 김희원(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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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부 동반으로 한 모임에 참석하였다. 우리를 보더니 한결같이 “부부가 남매처럼 닮았어요” 한다. 나는 그 인사말 듣는 것이 너무 좋다. 남편은 젊었을 때, 꽃미남이었다. 탤런트 같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 함께 데이트하면 남자 친구의 외모 때문에 곁에 있는 내가 괜찮은 여자로 보이는 것 같아 우쭐했었다.

반면 나는 여자로서 한창 꽃피는 이십 대에도 그다지 예쁘지 않아서 우리 엄마 말고는 예쁘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칭찬하려고 해도 할 말이 없는지 파운데이션 두둑이 바른 얼굴에 피부가 참 희고 곱다는 인사치레를 듣는 정도였다. 골수에 한이 되어 2세를 위해 남편 될 사람은 외모가 출중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예쁜 꽃미남을 사귀게 되어 그 당시 가진 것 하나 없었지만, 공대생이라는 비전과 외모만 보고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러니 부부가 닮았다고 하는 것은 나의 외모에 대한 대단한 칭찬이다.


아이들의 외모는 나의 예상이 적중하였다. 굵은 눈썹이 매력적인 아들은 때때로 탤런트 송 누구 같다는 말을 듣는다. 며느리가 "우리 남편 잘생겼어요" 하는 말을 달고 산다. 물론 며느리야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제 남편이 잘생겼다고 생각하겠지만, 며느리말고도 심심찮게 아들이 잘생겼다는 인사를 받는다.

딸은 자기 얼굴에 대해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특히 감사하다. 딸의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에는 동안에 예쁘기까지 하다며 미모를 칭찬하는 멘트가 넘쳐난다. 우연히 들른 카메라 가게에서 사진 모델을 권유받아 몇 개월 동안 모델을 한 적도 있으니, 탤런트 누구누구를 닮았다는 찬사가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가끔 나와 찍은 사진에, 엄마를 닮아서 미인이라는 코멘트도 있어서 딸 덕분에 나는 젊은 시절에도 들어보지 못한 예쁘다는 소리를 들으니 대리만족을 넘어 소원을 푼 셈이다.

남편은 젊은 시절 오뚝한 콧날에 눈썹은 굵었으나 끝이 약간 올라가 있어 예리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잘 웃는 나랑 한솥밥을 먹으면서 삼십 년 이상을 살다 보니 눈썹 끝은 어느덧 빠져 없어지고 순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전혀 다른 모습이었던 우리 부부가 나이 들어가면서 남매같이 닮아 보인다는 것은 실제로 외모가 닮아졌다기보다는 친근하고 편한 느낌을 주는 인상이라는 것 같아 그 인사말은 최고의 찬사로 들린다.

<김희원(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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