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 곁을 지나다
2017-03-09 (목) 08:13:15
김행자 워싱턴 문인회
가을 끝자락 상강霜降지나
오랜만에 산에 들어
벼랑길 떡갈나무 곁을 지나다
한 생生이 지는 소리 홀연히 들었습니다
간밤에 강물이 훑어간 파탑스코 계곡은
헐거워진 숲에서 어미 손을 놓친 가랑잎들이
허공에서 헛발 딛다 어미뿌리 쪽으로 머리 두른 채
서로 엉켜 지층을 덮고 있었습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떡갈나무 우듬지에 매달려
파르르 떨던 마지막 잎새 하나가
너울너울 날아갈 때마다
나비 날개 깃 터는 소리 들려왔지요
그것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춤사위인 줄 알아챘는지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보며 갑니다
숲속에서 잉잉대며 웅성거리던 고 어린 것들
지금쯤 어디서 추위를 피해 그 작은 몸들 숨겼을까
제 몸 물기 다 뽑아 흰 뿌리로 보내고
거북이 등짝처럼 거칠어진 두 손 모아
가벼워진 푸른 등뼈 곧추세우고
지그시 눈감고, 그가
견고한 고요에 드셨습니다
<김행자 워싱턴 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