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요리 클래스
2017-02-24 (금) 12:00:00
박희례(한의대 교수)
처음 미국으로 이민와서 영어도 배우고 미국요리도 배울 겸 컴뮤니티 칼리지에서 요리 클래스(Culinary Arts) 몇 과목을 택하고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였다. 요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였던 나는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아 단어 외우는데 쏟은 시간과 정성이 대단했다. 가령, 당근을 채로 썰을 때의 표현이 여러가지라 선생님이 “쥬리앤으로 썰어라, 다이스로 썰어라” 하면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두껍게 채썰어 놓아서 창피했던 일도있었고 여러가지 야채로 스프국물을 만들 때에도(Vegetable Soup Base) 절대로 끓는 야채를 저으면 안된다는데 그걸 알아 듣지 못하고 야채를 끓이는 큰 솥 옆에 지키고 서있다가 끓기 시작하자마자 국물이 끓어 넘치지 않도록 부지런히 저었다.
이 모습을 본 선생님이 저으면 국물이 탁해진다고 그냥 다 쏟아버려서 얼마나 무안하고 부끄러웠던지 얼굴이 화끈거렸던 적이 있었다. 그후에는 두번 다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영어 공부에 전념하였다. 요리를 배우는데에도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미국에서 살아가려면 영어로 말하고 듣는 것은 기본이지만 처음 미국에 온 사람들 중에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양식 요리를 배우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2년동안 여러 나라의 각종 요리에 빵굽기, 케익 데코레이션, 초콜릿 만들기까지 끝내고, 학기 마지막주에는 대학 내에 있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학교 정원에서 예쁜 꽃을 따다가 식탁을 장식하고, 다른 과 교수님들도 초대해서 정식 디너를 제공해 드리며 우리의 실력을 자랑하였다. 학교에서 배운 요리를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시범 요리를 만들어 주고 맛있다고 잘 먹어주는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였다.
나의 빵굽는 실력이 좋다고 베이커리를 열어주겠다고 하는 남편의 제의에 “노, 땡큐”하고 나의 요리 클래스는 끝이 났다. 그후 본래의 직업이였던 간호사로 일하게 되어 나의 요리와의 인연은 끝이 났고, 가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불량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도 늘어났다. 지금도 은퇴하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집 근처에 있는 칼리지에서 그때에는 잘 알아듣지 못했던 요리 클래스를 다시 택하고 싶다.
<박희례(한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