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그래서 그랬구나

2017-02-16 (목) 12:00:00 송미영(모퉁이돌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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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하고 책임감이 무척이나 강한 첫째, 마음이 여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이 힘들어하면 정의감으로 도와주는 막내, 터무니없는 말을 해 놓고 그 말을 못알아 들을라치면 눈물 콧물 흘리며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울었던 둘째. 특별히 난 둘째를 지켜 보면서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고, 도무지 내 생각의 영역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많이 힘들어했었다.

가끔 어떤 아이의 어머니가 생각난다. 그 어머니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상담소로 왔었다. 소아정신과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도무지 아이의 행동이나 말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돼서 상담 한번 받아보려고 왔단다.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2가지의 성격 심리 검사를 하였고, 검사 결과를 통하여 어머니와의 상담을 몇 주에 걸쳐 이루어 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어머니와 자녀의 서로 다른 성격으로 인하여 이 아이는 자신을 알아 주지 못하고 이해해 주지 못한 부모로부터의 서운함과 지속적으로 받은 상처가 많았고 부모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자녀의 모습을 보면서 무척 속상해 했던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부모 중의 한 사람이었다. 차를 타고 인천과 속초를 오고가는 차 안에서 조용히 이것저것 눈으로 보며 생각하는 나를 방해하는 딸들에게 제발 조용히 좀 해 달라고 말했었고, 어떤 말을 하면 일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둘째에게 나의 생각을 주입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었고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으면 너무나 속상해 울기까지 했었다. 상담을 공부하면서 많은 심리학을 접하였지만 그중에서 나의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준 것은 바로 성격심리학이었다.

그것은 확연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나, 그 누구도 이상하거나 비상식적이지 않다는 지극히 논리적인 모습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와 다른 남편의 성격, 나와 다른 내 아이들의 성격이 각자 지닌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 머리에, 내 가슴에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내가 그래서 아팠구나, 내가 그래서 답답해 보였구나, 내가 그래서 힘들었구나라고 내가 나를 알게 되었을 때 나와 내 남편, 내 아이들을 향해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이해되기 시작했고, 나와 다른 특별한 성향을 가진 둘째가 귀하게 여겨졌다. 미성숙한 나에게 꼭 필요한 지팡이가 되고 나침반이 되어 성숙의 과정으로 가는 공감의 도구가 주어진 것이다.

<송미영(모퉁이돌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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