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주트 수트’, 펑퍼짐한 수트 자락 흔들며 스윙~
2017-02-15 (수) 03:27:12
하은선 기자
▶ 인종갈등 담은 시대극 반이민 정책 맞물려 화제… LA 뮤직센터서
크마 태퍼 포럼 50주년을 맞이해 지난 12일 개막한 치카노 뮤지컬‘주트 수트’는 데미안 비치르(오른쪽 사진)의 열연과 신나는 스윙 음악이 관객을 환호하기 만든다.
LA뮤직센터 마크 태퍼 포럼에서공연 중인 뮤지컬 ‘주트 수트’ (ZootSuit)가 최근 이민세관단속국(ICE)기습 단속과 맞물려 화제를 뿌리고있다.
1978년 마크 태퍼 포럼에서 초연된 첫 치카노 뮤지컬 ‘주트 수트’는 루이스 발데즈가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재즈 뮤지컬로 스윙 음악과 함께 유행한 미국 하위문화의 반항을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주트 수트는 1940년대 흑인과 치카노(멕시코계 미국인)들이 즐겨 입던 남성복수트이다. 어깨 패드가 과장되게 넓고 길이가 무릎까지 오는 자켓과 전체적으로 풍성하고 발목으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페그탑 바지를 말한다. 여기에 밝고 화려한 컬러의 넥타이와 포켓 행커치프, 챙이 넓은모자, 아주 긴 시계 체인으로 치장하는데 머릿기름을 발라 넘긴 긴 머리를 하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 유행했던 크리스찬디올의 뉴 룩(New Look)과 함께 주트 수트는 주요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데 2차 대전 이후 물자부족으로 원단 소요량을 법적으로 제한, 오버사이즈 수트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된것이다.
그러나 흑인과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과장된 화려함으로 현실의 가난함을 감추는 동시에 주류 남성복식과 대비되는 패션을 추구함으로써 엘리트 사회에 대한 반항을 표현하려 했고 인종 폭동을 야기했다.
바로 1943년에 발생한 ‘주트 수트폭동’ (Zoot Suit Riorts)이다.
뮤지컬 ‘주트 수트’는 1942년 8월2일 발생한 ‘슬리피 라군 머더’(Sleepy Lagoon Murder) 사건이 배경이다. LA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젊은 치카노 호세 디아즈(19)가 사망했고 9명이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이후 멕시코계 젊은이들이 진주만 폭격(1941년) 이후 참전한 미국의 단합을 방해한다는 믿음 아래 캘리포니아 주변에서 백인 군인 병사들과 충돌을 야기했다.
1943년 5월의 ‘주트 수트 폭동’이대표적이다. 몇 건의 전초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백인 병사들은 주트 수트를 입은 치카노 젊은이들을 폭행하고 수트를 벗겨 태워버렸다.
이로 인해 1943년 6월 수천 명의 백인 병사들과 시민들이 모여 메인 스트릿을 행진하며 술집, 상영중인 극장 등을 기습해 치카노 젊은이들을 마구 폭행했다. 이 때 필리핀계와 흑인들도 소수 폭행을 당했다.
경찰은 행진 뿐만 아니라 폭행이 있어도 체포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며칠 간 500여명의 라티노들을 폭행혹은 방랑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지역 신문들은 이런 행위를 ‘세정효과’ (Cleansing Effect)라며 찬양했다고 한다.
오스카 후보에 올랐던 데미안 비치르 주연의 뮤지컬 ‘주트 수트’는오는 3월26일까지 마크 태퍼 포럼에서 연장 공연한다. 티켓 25~109달러. 주소 Mark Taper Forum 135N. Grand Ave., LA. 문의 (213)628-2772 www.CenterTheatreGrou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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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