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내 엄마

2017-02-09 (목) 12:00:00 송미영(모퉁이돌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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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비가 내리고 나면 맑게 갠 하늘과 구름, 햇빛을 볼 때 어린시절이 많이 생각난다. 오늘은 뭉게구름, 새털구름, 양떼구름…하면서 구름 위가 환하게 비친 곳에는 마치 하늘나라가 있는 곳인 줄 생각했었고, 비온 뒤 깨끗한 느낌이 들면서 예쁘게 떠 있는 무지개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런 생각을 했었던 아주 청순했던 어린시절이 그리워진다.

태평양 너머 고국에, 낼모레면 팔순이신 친정엄마가 많이 그립다. 내 어린시절 엄마는 집에 계시지 않고 일을 하셨다. 그래서인지 일주일에 한 번 엄마가 계시는 날이면 학교에서 빨리 집에 오고 싶어 졌고, 재촉하는 걸음걸이가 더디게 느껴졌었다. 어김없이 만들어 놓으신 간식, 그 중에서 오징어와 야채 튀김이 아주 맛나고 먹어도 더 먹고 싶었던 그때가 있었다.

어쩌다 엄마가 슈퍼마켓 쇼핑하는 날, 시간이 맞으면 신나게 따라가서 이것저것 카트에 담아서 두 손 무겁게 들고 왔던 그날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던 행복 그 자체였었다. 대입 학력고사를 치르기 위해 고사장까지 택시로 태워 직접 교문 앞까지 데려다 주고 가시는 엄마의 모습이 몇 십년이 지났지만 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지금은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왠지 지금 잘 해 드리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조바심이 밀려온다. 가끔 아니 자주 카톡으로 목소리를 듣기도 하고 잘 자란 손녀들 모습 보시면서 좋아하시라고 사진도 찍어서 보내지만, 왠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고, 뻣뻣해진 손도 만져 보고 싶고, 내가 맛있게 즐기는 커피도 같이 마시면서 이런저런 수다도 늘어 놓고 싶다.

나이 들면 잠도 줄어 들고, 입맛도 이상해져서 요리하면서 간을 봐도 뭔 맛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엄마에게 맛있는 것도 만들어 드리면서 같이 오부지게 먹고 싶다. 어쩌면 엄마가 만들어 주셨던 그 음식을 만들어 달라해서 한 입 가득 넣고, 그때나 지금이나 엄마가 만든 것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크게 말할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 긴 시간 내리는 겨울비가 반갑다.

비온 뒤 갠 날씨에 선명하게 보이는 무지개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조금만 운전해서 가면 잡힐 것 같이 선명한 저 무지개와 뭉실뭉실 떠 있는 구름 사이로 환하게 비친 해가 어린시절의 그리움을 마음껏 펼쳐 보여도 좋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 내가 머물러 있는 이 곳에서 깊은 뿌리를 내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송미영(모퉁이돌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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