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에서도 카톡 대화 ‘불통의 시대’

2017-02-08 (수) 04:10:39 이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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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가정 풍속도, 인터넷·스마트폰 열중, 가족 외식 나가서도

▶ 화면 보며 각자 식사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인터넷과 이를 이용한 기기들로 인해 소통이 되어야 할 가정이 불통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올해 결혼 25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한인 이모 씨(58)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얼굴을 보고 소통을 한 지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 씨는 “큰 아이는 출가를 하고 둘째 아이는 직장문제로 타 지역에 살고 있어 이제 집이라는 울타리에는 아내와 단 둘만 남게 되었다”며 “그런데 저녁 시간이 돼 집에 들어가면 아내는 거실에서 랩탑이나 스마트폰에 열중해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는 밥 먹어나 나 잔다라는 말 외에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 씨는 “아내는 거실에 있고 자신은 2층 방에 있다 보면 서로 떨어져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쩌다 할 말이 있으면 문자 메시지를 보거나 카톡으로 대화를 한다. 이게 가족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집에 오는 자식들도 사정인 매한가지다. 이 씨는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고 있는 아들은 어쩌다 집에 오면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는 일상이다. 그나마 집에 있으면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SNS를 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일상”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UC 샌디에고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이지현 군(22)은 “고등학교 시절 특히 어머님이 학업 성적에 대한 간섭이 너무 심해 한때 가출까지 생각했다”며 “가급적이면 부모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줄였고, 대학 입학 후에는 거의 일상적인 소재를 빼고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속내를 밝혔다.

가족들 간의 불통은 외식이나 여행을 가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가족들과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는 50대 중반의 한 부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식당에 앉아서 메뉴를 정하려고 하는데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열심히 보며 메신저에 여념이 없어 뭐 먹을까?라는 질문에 아무거나라는 성의 없는 대답에 순간 화가 덜컥 났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가족들이 식탁에서 서로 대화를 하며 소통을 하는 것이 자연스런 모습 이였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스마트폰이나 랩탑에 고개를 숙이고 각자 식사하는 모습이 일상적인 모습이 됐다.

이는 인간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 인터넷과 주변 기기들이 오히려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카운티에서 상담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레온 F 쉘처 심리학 박사는 “인터넷과 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랩탑 등의 기기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거나,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정서활동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 후 “결국 이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심각한 회색공간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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