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4년 뒤엔

2017-01-26 (목) 12:00:00 김수희 KCCEB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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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취임한 바로 다음 날 Women’s March가 있었다. 워싱턴 DC에서 이루어진 집회이기도 하지만 베이지역을 포함한 미국 곳곳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도 자매 집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자신들의 방법으로 함께 모일 수 있다는 것을 기념하고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함께 헤쳐갈 근력을 약속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여자’라는 건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Women’s March 자체가 모든 여자들과 그 다양한 경험들이 다 포함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였단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Women’s March에 참여한 그 많은 사람들과 그곳에서 제외되었던 사람들과 경험들처럼 서로 계속해서 부딪혀 나가야지만 더 좋은 곳으로 움직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도 지난 몇 달간 대선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들고 수많은 감정들을 느꼈다. 사실 앞으로의 4년이 많이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사회 첫 발걸음을 꽤 좋아졌던 경제로 시작했는데 다시 예전처럼 무지함과 욕심으로 인해 일자리들이 없어지면 어쩌나, 드디어 병원비와 약값을 조금은 감당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다시 무턱대고 비싸지면 어쩌나, 소수자들의 인권이 조금 더 나아지고 있는가 싶었는데, 여성들, 이민자들, 그리고 소수자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말을 끊임없이 내던지고 소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없애려 하는 대통령으로 인해 그동안의 노력들이 모두 없어지면 어쩌나 걱정된다.

앞으로 4년동안 나 또한 이민자로서, 사회 새내기로서, 여자로서, 소수자로서, 아직도 나아갈 길이 멀고 내가 겪고 있는 ‘여자’라는 경험은 처음으로 일하며 직접 겪게 된 유리천장이고 차별과 제외됨과 주어지지 않은 기회들이고 무시당한 내 의견이랑 감정들이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 많이 두렵다. 하지만 계속해서 부딪히고 제외되고 차별받은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이해하고 모두를 위해 더 노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4년 뒤에 어떤 자리에서 어떤 꿈을 꾸고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지쳐 있지만 않기를,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많은 것을 담아볼 수 있기를, 그리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기를 바란다.

<김수희 KCCEB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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