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미국의 기부 문화
2017-01-21 (토) 12:00:00
임무영(KPA 회장)
산호세로 처음 이민왔을 때 미국사람들이 특이하다고 느꼈던 몇가지가 있었는데, 예를 들면 눈이 마주쳤을 때 모르는 사람에게도 가볍게 잘 웃어준다거나, 마켓 계산대줄이 아무리 길어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잘 기다리더라는 점, 운전하면서 화가 나도 경적을 잘 울리지 않는 점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기부를 잘 한다는 점이었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여러 명목으로 수시로 기부금을 모으지만 학부모들은 싫은 내색없이 또는 흔쾌히 참여하는 것 같다. 또한 마켓에 가면 일부러 캔푸드를 몇개 더 사서 Food Bank통에 넣고 나오는 사람들도 종종 보게 된다. 이렇게 생색도 나지 않는 기부를 하다니 처음에 볼 때는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걸스카웃이나 보이스카웃을 통해 기부하거나 기부받는 일에 참여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정해진 사회봉사시간을 채워야 졸업도 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법적으로도 기부를 장려하고 있어, 우스갯소리로 세금감면을 받기 위해 입던 속옷도 기부한다지만, 미국에서는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미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미국사람들의 이런 행동이 교육에 의한 건지,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자기만족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도 의아하지만, 미국의 자본주의가 이나마 덜 과열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부문화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KPA(트라이밸리 한인학부모회) 역시 후원자들의 도움없이는 거의 모든 일이 마비될 정도로 후원이 중요하며 필요한 부분이다. 기부한 금액이 세금혜택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후원자분들의 꾸준한 도움 속에는 우리 단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겨 있기에 단순히 고맙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올해는 장사가 잘 안되어 이것밖에 못드려 죄송하다’면서도 꼬박꼬박 후원금을 건네주시는 분들, 금전적이 아니더라도 재능기부로 도와주시는 분들, 장학금 적립을 위해 일부러 KPA공동구매에서 물건을 사주는 일반 회원들 모두의 사랑과 격려가 있었기에 우리 단체가 십년이 넘도록 건실하게 잘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남을 동정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어 주는 인간의 고귀한 행위인 듯하다. 나도 내 주머니에 있는 몇푼을 나보다 더 필요로 할 사람을 위해 흔쾌히 내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임무영(KPA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