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새해 결심

2017-01-02 (월) 05:39:16 박새난 AHS 의료교육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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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직장동료의 책상을 지나칠 때 그녀가 무언가를 열심히 써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무엇을 하느냐 물었더니 일기를 쓴다고 했다. 그녀는 매일 일기를 쓴다고 말했다. 나도 한때는 매일 일기를 썼지만 어느 순간 쓰지 않게 되었다. 가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할 때 일기쓰기를 시도한 적은 있다. 하지만 펜을 들고 일기장을 열면,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수고와 에너지 소비에 진이 빠져 다시 일기장을 덮고는 한다.

그 친구는 농담으로 자기가 죽으면 다른 친구를 통해 일기장을 출판해서 세상에 공개할 거라고 말했다. 매일매일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다른 사람들과 나눈 대화 내용, 또 대인관계에서의 해프닝, 거기서 느꼈던 감정을 적어 내려가다보면 자신이 읽어 보아도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기장을 공개한다고? 난 그녀에게 농담으로 말했다. 나도 예전에 일기를 썼지만 죽기 전에 다 태워버릴거라고 말이다. 내 서툰 글솜씨와 별로 대단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내 일기장이 창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내 일기장의 내용과 존재 자체가 대단하지는 않지만, 내 삶에는 여러가지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나의 일상과 생각을 일기장에 담는 과정이 지치더라도 막상 그 노력을 시행한 후에는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왠지 알 수 없는 감정들을 곱씹다보면 원인을 발견하게 되고, 생각이 좀 더 뚜렷해진다. 그리고 가끔 내 예전의 일기를 읽다보면 소소한 재미도 느낀다. ‘내가 그 나이 때에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구나’ 하고, 또 ‘맞아 그땐 그랬지’ 하며 회상에 빠져 신나게 일기장을 읽어내려가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예전의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한 내용을 살펴보는 기회를 통해 나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때도 있었다.

난 아직도 나의 일기장을 공개할 생각은 없지만 다시 일기를 써보려 한다. 부끄러울 수도 있는 내 솔직한 감정과 사고를 써내려가는 노력은 결코 무의미한 끄적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7년 신년의 각오로 ‘일기쓰기’를 포함해야겠다.

<박새난 AHS 의료교육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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