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엔을 떠나는 반기문 사무총장님께

2016-12-27 (화) 08:07:41 최수용/ 전 리버티 은행 이사장
크게 작게
지난 2007년부터 금년 말까지 10년 동안 유엔의 수장으로서 뉴욕에 함께 계시다는 것이 자주 뵙지는 못해도 자랑스러웠고, 참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48년 동안 뉴욕에서 지나온 저로서는 국민학교부터 대학까지 동문이라는 인연 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004년부터 37개월 동안 고국에서 외무부 장관으로 계시다가 2007년부터 아시아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민간인 교황이라는 유엔의 수장이 되시고, 2011년에는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유엔 사상 최초로 연임 총장이 되셨을 때 매우 기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사실 사무총장 임기 초 유엔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들과 사무총장 직무에 대한 회의론, 또 총장님의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평들에 걱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총장님께서 특유의 끈기와 열정으로 매일같이 일어나는 세계 재난 현장들에 가장 먼저 도착하셔서 국제사회에 구호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 리더십은 물론 모든 안건과 자료를 숙지하시는 철두철미함, 부하 직원에게 전권을 주돼 정치적인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는 솔선수범으로 유엔 역사상 가장 먼저 연임이 확정된 사무총장이 되었지요.


2013년 저에게 주신 톰 플래이트씨가 쓴 아시안의 거인들 제2편 반기문과의 대화를 읽어보고 유엔의 5개 상임이사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독일, 브라질, 캐나다 등 준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제각기 이해와 목적이 다른 복잡한 193개 회원국 사이에서, 8만 명이 넘는 유엔의 직원과 본부만도 8,000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체와 12만5,000명의 해외 주둔병을 통솔하며 민간인 교황으로서 정치적인 중재뿐만 아니라 인류의 질병 사회복지를 위한 기후문제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일에 직면하고 계심을 알았습니다. 일년에 50만 마일 이상 비행기를 타시며 막중한 업무에 쉴틈 없이 바쁘신 중에도 매년 친필로 쓰신 카드를 보내주시고 하셨습니다.

후진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고한 아이들을 던지는 등 너무나 비참한 모습을 보면 잠이 안 오신다며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어떤 때는 40시간 이상 비행기에서 새우잠을 자며 현장으로 달려가서 30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하고 오면서 보람을 느끼셨다는 등, 노력하시는 모습에 무척 감동되었습니다.

지난 21일 저녁때 한국에 가서 여생을 봉사하실 작심을 하셨다고 결의에 찬 말씀을 하시는 얼굴에서 저는 반 총장께서는 문제없이 지혜롭게 헤쳐나가실 것을 확신하였습니다. 특히 요즘 같이 복잡해져 가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참 힘드셨든 총장님의 이곳에서 쌓으신 노회한 경륜과 지혜로 볼 때 식은 죽 먹기 아닌 가 확신합니다.

아무쪼록 고국에 가셔서 우리가 못한 애국을 마음껏 펼치시어 이제 막 big leage로 들어선 한국을 빛내 주세요. 이제 막 들어선 민주화정착뿐만 아니라, 경제, 외교, 문화와 예술 그리고 스포츠, 연예, 음식의 세계화에 이르기까지...

특히 이번 만남에서 총장님께서 “모든 일은 혼자 할 수 없다”고 하신 말씀에서 저는 특별히 총장님의 크심을 보았습니다. 아무쪼록 한국 가셔서 함께 일하게 될 분들도 잘 다독거려 주시고 의견도 존중해주시고, 건강 하세요. 언제나 이곳 뉴욕에도 총장님의 뜻을 따르는 응원 부대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최수용/ 전 리버티 은행 이사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