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영순 개인전 7일까지
▶ 뇌출혈 경험을 예술로 승화 선친에 대한 경의 병풍으로
민영순씨 ‘AVM: After Venus (Mal)formation’(2016)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커먼웰스 앤 카운슬 갤러리(대표 영 정)가 설치작가 민영순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2개의 설치전으로 하나는 민영순 작가가 뇌동정맥기형으로 뇌출혈을 일으켰던 이후의 경험을, 다른 하나는 작고한 아버지 민태용씨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작품 전시다.
작가는 지난 2010년 한국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았고 당시 의사는 ‘뇌동정맥 기형’(AVM)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발견했다. 뇌에 피를 공급해야 할 동맥들이 모세혈관을 지나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피를 보내야 하는데, 동맥이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곧장 정맥으로 보내는 병이었다. 치료를 받아 호전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억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가 자신의 변화를 인지해 예술적 승화를 이룬 작품이다.
우선 전시공간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곱디고운 레인보우 셔벗 컬러의 십각형 테이블과 벤치들이 눈에 들어오는 ‘AVM: After Venus (Mal)formation’이다. 바닥을 장식한 도서관 책장은 잘 정돈된 듯 보이지만 정신없이 어지러져 있어 기억의 파편들을 연상시키고 십각형 테이블이 뇌의 두 반구처럼 전시 공간을 분할하고 있다. 벤치를 구성하는 10개의 조각들에는 피자/피라미드, 디아스포라/설사, 자궁/무덤, 행복/음경, 탱크/스팽크처럼 다섯 쌍의 단어들이 서로 마주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벤치들은 부모에게 배웠지만 도대체 단어의 기원을 알지 못하는 ‘남남북녀’ 같은 말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섯 개의 슬로건이 되어 작가의 기억을 헤집고 있다.
‘Last Notes and Sketches, Min Tae Yong(1918-2001)’(2016)
두번째 전시는 작고한 아버지 민태용씨에 대한 경의를 접이식 병풍으로 표현한 ‘Last Notes and Sketches, Min Tae Yong(1918-2001)’이다. 한 두 페이지로 된 자필 노트들을 붙여 창을 내었는데 살아 생전 고인이 관심을 두었던 우주의 섭리에 대한 명상으로 가득하다.
민영순 작가는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왔다. 캘리포니아주 몬트레이에서 성장했고 UC버클리 미술학사·석사를 끝내고 휘트니 뮤지엄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1993년부터 UC어바인 스튜디오아트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집단과 개인의 문제, 재현의 이슈와 문화적 정체성, 역사와 기억의 혼성을 주제로 예술 작업을 하고 있다.
민영순 개인전은 2017년 1월7일까지 커먼웰스 앤 카운슬(Commonwealth & Council 3006 W. 7th St. #220 LA)에서 열린다. 문의 (213)703-9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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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